이희준은 삶 주변을 둘러싼 풍경 곳곳에 녹아든 디자인적 미감에 관심을 둔다. 주변 환경의 비례와 균형, 색채를 민감하게 살피고 그것으로부터 회화의 소재를 찾는다. 이희준은 수집한 풍경을 확대하고 편집하는 과정을 통해 수직, 수평의 색면으로 구성한 추상적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 외부의 풍경을 기호화하고 캔버스에 재구축하는 작업이다. 이미지를 회화 기법으로 재현하는 과정에서 붓질을 통해 다층의 레이어를 생성하고 새로운 질감을 이끌어낸다. 도시 풍경을 살피며 발견한 시공간의 층을 시각화하고자 하는 의도다.
건축물과 실내 인테리어 등에 주목해온 작가의 시선이 최근에는 주택가의 도시 풍경을 향한다. 이희준은 변모하는 주택가의 색상과 이미지를 참조하여 화면을 구성한다. 도시 풍경을 구성하는 하나의 개별 단위이자 사람의 삶과 가장 밀접한 연관성을 띠는 주택가의 겉모습이 변화하는 양상을 살펴보는 일이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어 쉐이프 오브 테이스트〉(2018) 연작은 홍대 인근, 연남동, 한남동 등의 풍경을 재구성한 결과물이다. 단독주택단지에서 문화 중심 지역으로 급격히 변모한 지역에 특히 주목했다. 시대와 목적에 따라 변화하는 주택가의 표피를 살펴봄으로써 근래의 도시 미감을 포착하고자 한 시도다. 생활 양식에 따른 미적 선택의 변화 양상에 대하여 고찰한 면모가 돋보인다.
이희준은 1988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2012년에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및 조소과를 졸업하고 2014년에 영국 글라스고 예술대학에서 순수미술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목화랑(서울), 기고자(서울), 위켄드(서울)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아퀴에이리 미술관(아퀴에이리, 아이슬란드), 그레이스 & 클락 퓌피 갤러리(글라스고, 영국), 오큐파이 마이 타임 갤러리(런던) 등에서 열린 단체전에 참여했다. 신생 공간 ‘노토일렛’(2014~2015)을 운영하며 다수의 전시를 선보이기도 했다. 네오트리모이 투마주(니코지아, 키프로스) 레지던시에 입주한 이력이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과천)에서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현재 서울에 거주하며 작업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