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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고재(學古齋)는 1988년 아시아의 경제 중심지 서울에서 문을 열었다. 학고재는 급속한 성장을 거듭해온 한국의 미술시장의 중심에 서서, 한국 미술이 동시대 세계 문화 속에서 어떻게 어우러지고 성장해야 하는지 그 방향을 제시해왔다.



학고재라는 이름은 논어(論語)의 ‘옛것을 배워 새것을 창조한다(學古創新)’는 이념에서 따왔다. 옛것을 배운다는 것은 단순히 과거에 대한 지식을 쌓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근대화에 뒤져 식민지 경험을 하고 남북분단의 비극을 겪은 한국에서 옛것을 배운다는 것은 무엇보다 처절한 자기반성을 동반하는 것이다. 역사에 대한 바른 인식과 반성 위에서 당당하게 자신을 열어 세계의 문화 흐름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것이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정신이다. 그 이념과 지향이 오늘날 학고재를 전통과 현대, 지역과 세계를 잇는 갤러리로 성장하게 했다. 학고재의 정체성은 그동안 열어온 전시를 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학고재는 개관 이래 지난 30여 년 동안 2백 회가 넘는 크고 작은 전시회를 열면서 무엇보다 옛것과 새것의 교감에 관심을 기울여왔다. 지금 새롭게 펼쳐지는 것 가운데 과연 ‘옛것’으로 오래 살아남을 수 있는 게 무엇인지 통찰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이와 같은 노력이 학고재의 정체성을 이루는 것이기도 하지만, 학고재가 한국과 아시아, 나아가 세계의 미술시장에서 책임 있는 문화기관으로서 해야 할 중요한 역할이기도 하다. 학고재가 개관 초기에 《19세기 문인들의 서화》(1988), 《조선 중기의 서예》(1990), 《만남과 헤어짐의 미학》(2000) 등 권위 있는 미술사학자들의 기획 하에 열었던 고미술전은 이 비전과 역할에 대한 초석을 놓은 것이라 할 수 있다.

학고재는 한국의 전통적인 철학과 정신을 현대미술의 어법으로 새롭게 재해석한 선구자들의 전시를 꾸준히 선보여 왔다. 그 대표적인 면면이 바로 비디오 아트의 창시자 백남준 전(2014 상하이; 2015 서울), 일본 모노하의 주창자 이우환 전(2008), 한국 단색화의 대표 작가 정상화 전(2007), 아시아 페미니즘 미술의 버팀목 윤석남 전(1997; 2009; 2013; 2018; 2021), 동시대 퍼포먼스의 선구자 마류밍 전(2014 상하이; 2014 서울; 2018 서울), 동시대 수묵화를 이끄는 작가들인 자유푸 전 (2006 서울), 티엔리밍 전(2014 서울) 등이다. 이들 전시는 거장의 역작에 담긴 예술적 위광을 유감없이 드러냈고, 한국 및 아시아에서 학고재의 위상을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되었다.

학고재는 한국 근현대미술사의 뿌리를 공고히 하는 데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에이도스를 찾아서: 한국 추상화가 7인》(2022)전은 이봉상, 류경채, 강용운, 이상욱, 천병근, 하인두, 이남규의 작품세계를 재조명하는 자리였다. 앞으로도 한국 현대미술의 선구자들을 연구하고 조명하는 기획전을 지속적으로 개최할 예정이다. 학고재가 한국의 독보적인 갤러리로서 그 차별성을 획득한 데는 ‘민중미술’을 적극 후원한 것도 큰 몫을 했다. 한국의 1970년대와 1980년대는 경제성장과 함께 민주화의 실현이 요구되던 때였다. 이때 군사정권에 항거하며 태동한 미술이 이른바 민중미술이다. 학고재는 상업화랑으로는 처음으로 민중미술의 대표 작가인 오윤, 신학철, 강요배, 이종구 등의 전시를 열었다. 이 미술운동은 한국 밖에서도 세계 현대미술사의 의미 있는 성취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여러 역경에도 불구하고 ‘시대의 표현’으로서 예술을 중시한 학고재의 혜안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학고재는 시대의 변화와 추세를 통찰하며 현대미술의 새 장을 열어가는 이 시대의 프론티어들에게도 지대한 관심을 기울여왔다. 윤석남, 박영하, 김선두, 김호득, 노순택, 송현숙, 이용백, 김현식, 박종규, 김영헌, 정영주, 양순열, 장승택, 김길후, 법관, 김재용, 박광수, 장재민, 허수영, 이우성, 김은정, 지근욱, 로와정, 유리 등이 그 작가들이다. 이 예술가들 중 일부는 베니스비엔날레나 광주비엔날레 등 세계적인 비엔날레에 초대되어 호평을 받았고, 아시아와 유럽 등지의 중요한 미술관에서 전시를 했거나 예정됐다.

해외 작가들의 진취적인 작품을 한국에 소개하는 것도 ‘온고지신’을 위해 중요하다고 생각해온 학고재는 이 활동 또한 게을리하지 않았다. 프랭크 스텔라, 도널드 저드, 로버트 맨골드, 리처드 터틀, 아그네스 마틴, 로버트 라이먼 등 미국의 주요 미니멀리스트들로 구성된 《풍경으로서의 미니멀 회화》(1997)를 기획한 것, 개관 20주년 기념으로 로랑 헤기 프랑스 생테티엔느 미술관 관장 기획 하에 이우환, 로만 오팔카, 주세페 페노네, 귄터 워커가 참여한 《센시티브 시스템》(2008)을 선보인 것, 학고재 상하이에서 정상화, 하종현, 이우환이 참여한 《생성의 자유》(2014)를 선보인 것도 그런 노력의 일환이었다. 그 밖에 르 코르뷔지에, 장 피에르 레이노, 베르나르 프리츠, 장환 등 세계 미술계의 거장들의 작품을 한국에 소개했다. 독일 작가 팀 아이텔의 개인전을 2011년, 2017년 두 차례 개최했고, 최근 영국 작가 피오나 래, 스웨덴 작가 안드레아스 에릭슨, 독일 작가 토마스 샤이비츠, 영국 작가 톰 안홀트 등 국제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작가들의 개인전을 열기도 했다.

학고재는 유능한 한국 작가들을 해외에 알리고 외국의 역량 있는 작가들을 유치하고자 해외 아트페어에도 열성적으로 참여해왔다. 아트바젤 홍콩은 2008년 제1회(당시는 홍콩 아트페어)부터 2022년 현재까지 빠짐없이 참여하고 있고, 프리즈 마스터즈, 아트 브뤼셀, 타이베이 당다이를 비롯하여 스페인의 ARCO, 미국의 ACAF와 아트 시카고, 파리 드로잉 페어, 런던 아트페어, 아트 베이징 등 다양한 국가의 특색 있는 아트페어에 꾸준히 부스를 마련해왔다.

학고재는 하나의 스테이션(정거장)이었다고 할 수 있다. 과거와 미래가 교차하고, 동양과 서양이 소통하며, 지역과 세계가 연결되는 곳이 학고재인 것이다. 두 세계를 잇는 스테이션으로서 학고재의 특성은 건물에도 그대로 반영이 되어 있다. 1995년에 리모델링한 삼청동 학고재의 본관 건물은 옛것을 상징하는 전통 한옥으로, 2008년에 개관 20주년을 맞아 신축한 신관은 21세기의 건축 양식으로 그 개성을 자랑한다. 앞에는 어제의 교훈을 되새기는 건물, 뒤에는 오늘의 모색이 숨 쉬는 건물이 마주하고 있어 우리가 창조해야 할 내일의 모습을 가늠하게 한다. 학고재는 미술의 불가사의한 법칙을 믿는다. 창조의 세계란 늘 당대의 논리와 상식의 틀을 벗어난다. 학고재는 불가사의한 법칙으로 우리에게 새로운 깨달음과 감동을 주는 작가들에게 언제나 열려 있다. 미래를 열어갈 작가들과 동고동락하며 세상에 예술적 창조에 기초한 통찰과 희망, 확장의 기쁨을 더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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