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수는 풍부한 서사를 바탕으로 이끌어낸 이미지들을 화면 위에 풀어 놓는다. 책을 통해 경험하고 훈련한 확장적 사고가 돋보인다. 신화와 민담, 종교적 도상과 철학서 등 다양한 장르의 책을 부지런히 소화하며 현실 사회와 인간 삶의 모습을 바라보는 시각을 키웠다. 우정수는 견고한 사회 구조에 대한 무력감과 부조리한 세계의 모습을 희화화하거나 괴기스러운 풍경으로 묘사한다. 최근 우정수는 자신의 작품세계에 ‘산책자(Flâneur)’의 개념을 끌어오면서 소재와 표현의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초기 작업에서 서사를 전달하는 데 치중했다면, 근작에서는 보다 느슨한 방식의 화면 구성을 택하고 즉흥적인 붓질을 사용하는 등 회화성을 강조하는 면모가 돋보인다.
우정수는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일련의 연작을 ‘프로타고니스트’로 명명하며 비극적 운명의 주인공을 암시한다. 괴물 오징어의 습격 장면을 묘사하거나 장난스러운 스마일 기호를 화면 위에 배치하는 등 희극적 요소를 투입해 역설의 상황을 연출하기도 한다. 〈프로타고니스트_로즈핑크〉(2018) 연작은 거세게 파도치는 바다 위에 표류한 작은 배의 형상을 그린 작품이다. 선명한 핑크색 화면 위에 빠른 붓질로 그린 검은 선이 강렬한 대비를 이룬다. 배경색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얇고 무력한 배의 형상은 부서지지 않고 물감 표면에 납작하게 붙어 파도를 견디고 있다. 화면에 펼쳐지는 재난과 기적의 상황에 스스로의 자화상을 투영한 듯하다.
우정수는 1986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2010년에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조형예술과 예술사를, 2015년도에 동 대학원 전문사를 졸업했다. 금호미술관(서울), OCI미술관(서울), 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다방(서울)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성곡미술관(서울), 아트센터 화이트블럭(파주), 두산아트센터(서울) 등에서 열린 단체전에 참여했다. 최근 《제12회 광주비엔날레: 상상된 경계들》(2018)에 참가해 수많은 국내외 관람객에게 작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국립현대미술관 고양레지던시(고양)에 입주한 이력이 있다. 금호 영아티스트(2017, 금호미술관)와 OCI 영 크리에이티브스(2016, OCI미술관)에 선정되어 주목받았다. 국립현대미술관 정부미술은행(과천), 금호미술관(서울), OCI미술관(서울) 등에서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현재 서울에 거주하며 작업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