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의 상황에 놓이면, 현재를 이끌어낸 자신의 환경을 문득 되돌아보고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은 고립된 사람에게 관찰자로서의 역할을 부여한다. 스스로를 물리적으로 둘러싼 것들뿐만 아니라 감정 및 심리에 영향을 미치는 것들에 대한 고찰이다.
톰 안홀트의
개인전 《낙화》는 고립의 경험을 회화의 세계 안에 풀어낸다. 자신만의 독창적 표현으로 구현한 세계다. 꿈처럼 짜깁기한 장면들과 변형되는 기억의 형상 가운데 때로 폭력적인 메타포가 나타나기도 한다. 작가가 드러내고자 하는 것은 사랑의 서사에 관한 실존적 경험이다. 사랑의
시작과 함께 낭만화되는 세계관과 그것이 불러오는 필연적인 상처들, 그로부터 크게 영향 받게 되는 꿈의
세계에 대한 것이다.
톰 안홀트의
작업은 주로 콜라주 및 수채화 습작에서 시작된다. 조밀하게 중첩된 다층의 이미지를 회화의 화면으로 옮겨내는
것이다. 그는 특유의 영화적 감각으로 이미지를 제련하는데, 자르고, 편집하고, 확대한 장면의 다양한 층위가 하나의 서사를 완성해간다. 지난해 세계 곳곳에서 전시를 연 톰 안홀트는 이번 전시를 위해 다시금 심혈을 기울였다. 작가의 통찰과 정서를 성공적으로 드러내는 작품들을 한 데 모아 선보이는 자리다.
– 「낙화」 中 발췌 | 펠릭스 폰 하젤베르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