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원희는 ‘현실과 발언’의 동인으로 활동하였으며, 비판적 현실주의 문법을 토대로, 삶 속에서 미술이 작동하는 방식을 궁리해온 작가이다. 인간의 삶과 사회 현실에 대해 “말하고 싶은 ‘내용’들을 붙잡고” 그림을 그리되, 타자의 고통에 감응하며 고통의 실재성에 다가가기 위한 기록과 재현의 방식을 고민해왔다. 한국 사회라는 버티고 서 있기조차 어려운 ‘얇은 땅 위’의 폭력적 현실은 작가에게 고통에 대한 촉각을 곤두세우도록 만들었을 것이다. 노원희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 폭력에 대한 비판적 인식과 더불어, 폭력의 재현에 붙은 상투적 이미지에서 한 걸음 물러나, 눈앞의 현실을 성찰적 목격자의 시점으로 바라보고 있다.
노원희의 붓질은 세련된 감각으로 세공된 듯한 붓질이 아니다. 세상살이에 대한 다양한 감정과 경험이 묻어있는 붓질이다. 화려한 꾸밈도, 감정이 들끓는 표현주의적 필치도, 정교한 묘사도, 거침없는 붓질도 아닌 고통의 세세한 결을 살피는 듯한 붓질이다. 노원희의 붓질은 연대의 촉각적 감각이다. 그러나 그녀의 붓질이 작품 속 인물을 연민의 감정으로 바라보며 그 고통에 반응하는 행위라는 섣부른 해석으로 향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개개인의 삶을 촘촘히 바라보며, 사람들이 살아가는 가지각색 모양을 충실히 담아내려는 작가의 태도이자 정서라고 할 수 있다. 붓질이라는 형식적 요소에서 작가 고유의 정서를 드러내는 노원희의 그림은 구조적 폭력이 어떻게 개인의 삶을 끊임없이 분열시키고 간섭하는지 보는 이에게 질문한다. 상처와 고통의 구조를 파헤치기보다는 그것을 충실히 기록하려는 붓질의 감각에서 그녀만의 회화적 어법이 드러난다.
『인간의 삶, 그림의 쓸모』 中
발췌 | 장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