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년 새해가 밝았다. 풍운조화를 다스리는 흑룡의 해이다. 학고재는 올해를 여는 전시로 ‘소호와 해강의 난죽’전을 마련했다.

소호 김응원(小湖 金應元, 1855-1921)은 예서, 행서에 뛰어났고, 대원군의 석파란을 계승하여 ‘소호란(小湖蘭)’으로 일컬어지는 묵란의 새 경지를 연 작가이다. 해강 김규진(海岡 金圭鎭, 1868-1933)은 조선 시대 묵죽을 발전시켜 새로운 화풍을 개척하였고, 1915년 서화연구회를 창설하여 현대 미술의 발전에 큰 영향을 끼친 인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에 대한 조명은 아직 인색했다. 학고재는 앞으로 이들의 새로운 자료를 찾고 조명하는 일을 꾸준히 하고자 한다. 이번이 그 첫 전시이다.

 

난蘭은 깊은 숲 속에 나서 알아주는 사람 없어도 향기를 뿜는다고 한다. 그것이 곤궁한 가운데서도 굴하지 않고 도를 닦고 덕을 세우는 군자의 모습과 닮았다 하여 예부터 선비들의 사랑을 받았다. 사철 푸름을 유지하여 군자의 절개에 비유되는 죽竹은 요즈음처럼 세한의 계절에 그 변하지 않는 가치가 더욱 발하는 것 같다. 또한, 죽에는 죽보평안(竹報平安) 이라 하여 ‘평안’을 가져다준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학고재의 난죽전과 함께 금 년 내내 난향처럼 향기롭고, 대바람처럼 평안하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