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요배 선생은 제주의 역사와 삶을 담은 그림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작가이다. 제주 태생인 선생에게 지리적으로 또 역사적으로 특수성을 지닌 제주도는 삶의 모태이자 작업의 화두로 자리한다.《‘제주민중항쟁사’전》《제주의 자연전》《동백꽃지다-강요배의 4․3역사화전》등은 제주에 대한 작가의 관심과 이에 대한 나름의 시각을 보여주는 일련의 전시들이었다. 강요배 선생이 '자연'과 '역사'라는 일관된 주제의 작업을 해 왔다는 점에 주목해 본다면 이번 전시 《금강산전》 역시 기존에 선생이 선 보여온 작업의 확장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 선생의 주제는 제주의 풀과 물이 아니라 금강산의 웅장한 풍경이다. 현장 스케치를 토대로 만들어진 30여 점의 기운생동하는 화폭에서는 선생 특유의 힘이 느껴진다. 이는 선생의 풍경들이 단순한 자연의 사생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음을 시사해준다. 즉, 선생은 궁극적으로 자연을 통해 이와함께 숨쉬어 온 역사와 인간의 삶의 모습을 입체적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변함없는 태도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이번 전시를 위해 강요배 선생은 1998년 8월 25일에서 9월 1일에 걸쳐 7박 8일 동안 금강산과 평양의 문화유적을 직접 발로 체험하는 기회를 가졌다. 이는 시기적으로 금강산 유람선이 본격적으로 운항되기 전으로 선생의 이번 답사는 분단 반세기 이래 출입이 불가능했던 금강산에 남한 화가로는 처음으로 발을 디뎠다는 사실만으로도 의미를 갖는 것이라 하겠다. 예로부터 승경지로 널리 알려진 금강산은 그 아름다움으로 인해 화사들이 즐겨 그리던 곳이다. 또한 금강산은 조선후기 우리의 산과 강을 독자적 기법으로 표현해낸 진경산수 탄생의 첫 주제로 미술사에서 비중있게 다루어지는 곳이기도 하다. 《금강산전》에서 강요배 선생 역시 옛 화가들이 그렸던 장소와 그들의 시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옥류동, 구룡폭, 비봉폭, 연주담, 내금강, 만물상, 해금강 등을 그린 풍경들과 겸재, 소정, 이인문의 그림을 각각 재해석한 〈만폭동〉, 〈삼선암〉, 〈정양사망 내금강〉이 선보인다. 이 작품들은 진경산수의 현대적 수용이라는 미술사적 과제에 대한 작가의 해법을 읽어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외에도 강요배 선생은 금강산에서 만난 나무와 풀꽃들인 구절초, 금불초, 금강초롱, 해당화, 미인송 등도 작업의 모티브로 삼고있다. 작고 이름없는 생명체에 대한 세심한 관심과 이를 대하는 태도에는 선생 특유의 따뜻한 시선들이 느껴진다. 이번 전시는 유람선 취항 이후 국민적인 관심사로 부상한 금강산을 시대와 역사를 꿰뚫어 보는 혜안을 지닌 한 화가의 그림으로 그 구석구석을 만날 수 있는 매우 행복한 시간이 되리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