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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IONS
Hakgojae Gallery
개골옥류-금강산 주유기
송필용은 1989년 《땅의 역사전》이후 10여 년간 전통적인 형식 속에 전라도 땅의 이미지와 그 속에 깃든 역사를 담아온 작가이다. 그가 지대한 애정과 관심을 가지고 화폭에 그려 온 땅은 항상 역사적 함의가 있는 상징이나 은유의 대상이었다. 최근 2-3년 전부터는 무등산 자락의 소쇄원, 송강정, 면앙정 등 조선조 가사문화의 산실인 정자와 원림(園林), 그리고 이들 평야에서 내려다 본 평야를 시원스레 보여 왔다. 이들은 그가 이전에 간간이 시도했던 민화풍의 구성법에서 벗어난 것으로 송필용 특유의 시각으로 전라도 땅의 특징을 잘 포착해내고 있다. 내려다 본 구도와 단색조의 빠른 붓질 감각으로 수묵화풍의 멋을 보여주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의 땅과 역사에 대한 관심이 금강산으로 이어져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의 금강산 풍경을 보여준다. 송필용은 덤덤한 무등산, 백아산, 화문산 등과 강이 흐르는 너른 들녘의 남도산하의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천봉만학(千峯萬壑)의 계곡과 암산이 어우러진 금강산을 네 차례에 걸쳐 탐승하면서 나름대로 금강미의 진면목을 그려내고 있다. 이번 전시의 주제를 ‘개골옥류(皆骨玉流)’라 밝힌 것처럼 그는 바위산 전경과 물색표현에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금강미의 으뜸이 수정이나 서릿발로 비유된 바위 봉우리의 골산미(骨山美)와 암반을 흐르는 맑고 투명한 비취색 옥류의 금강수(金剛水)에 있음을 옛 시인이나 화가들의 글과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송필용의 작품에 보이는 개골옥류의 이미지 또한 탐승을 통해 자연스럽게 체득한 것이리라 믿어진다. <천선대에서 본 만물상>은 천선대 정상에 솟은 바위와 그 너머로 전개된 만물상 바위 숲을 부채살처럼 배치한 그림으로 겸재 정선의 <단발령망금강>이나 <금강전도>식 화법을 따른 형식미를 보이고 있다. 전경의 내려다 본 구도나 어두운 근경과 밝은 원경의 극적인 대비, 그리고 낱낱의 기암 표현이 그렇다. 특히 어두운 바탕색 위에 흰색을 덮고 칼로 긁어낸 기법의 암봉 묘사는 겸재의 거침없이 힘차게 수직으로 내리그은 수직준법(垂直峻法)을 연상케 한다. 또 겸재식 화법으로 바위와 바위 사이의 골짜기와 토산에는 녹색 미점(米點)을 찍어 산세의 부피감과 깊이감을 더해 준다. 금강의 골산미를 칼끝에 실어내는 기법은 <삼선암>과 <상팔담II>의 금강계곡을 흐르는 옥류의 암반표현으로 이어진다. 조선초 분청사기의 박지기법(-白土粉靑瓷 표면을 칼이나 굵은 못으로 긁어 청자바탕을 노출시킴으로써 모양을 나타내는 방법. 배경을 넓게 파낸 것과 선각한 것, 두 가지가 있다)을 응용한, 흰 물감을 덮고 물상의 형태를 긁어내는 송필용의 ‘박지화법(剝地畵法)’은 앞서 금강의 골산 전경을 표출하는데 성공했듯이, 옥류의 암반묘사 특히, 암반에 고인 비취색 금강수를 도드라지게 하는데 그 효과를 보고 있다. 짙푸른 동해의 쪽빛바다에 솟은 흰 바위의 <해금강>과 <해금강문>은 박지화법의 효과를 통해 해금강의 눈부신 해변 풍정을 실어낸 득의작이라고 할 수 있다. 송필용은 40대 중반이라는 연배도 그러하지만 금강산 그림을 통하여 회화세계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고 있다. 그는 전라도 땅을 그리면서 꾸준히 익혔던 전통화법을 금강산에 적용하면서 그것이 지닌 장점과 함께 자신감도 보여주고 있다. 어둡게 처리한 근경 설정과 밝은 풍광의 극적인 대비, 그리고 칼끝으로 빚어낸 박지화법의 골산미 표현에 그만의 개성미가 돋보인다. 겸재나 단원, 소정 같은 옛 화가들이 금강산의 탐승과 사생을 통해 畵境이 깊어졌던 것처럼 송필용 또한 금강산 체험으로 자신의 회화미를 한층 성숙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 DATE
    2000.03.08 - 2000.03.21
  • ARTIST
Artwor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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