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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IONS
Hakgojae Gallery
마음의 풍경
한국화가 강미선은 한지의 독특한 질감과 수묵을 이용해 생활주변의 이야기들을 담백하게 보여주는 작가이다. 바쁜 일상생활 속에서 접하게 되는 구석구석의 작은 부분들이 작품의 주된 소재로 그녀의 일상이 곧 작품으로 연결된다. 우리 생활언저리에서 취재된 것을 아주 간결하게 보여주는 형상은 우리에게 친근함과 소박함을 느끼게 한다.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소재는 크게 정물과 풍경으로 나눌 수 있다. 목기, 과일, 화병에 꽂힌 꽃가지, 토속적 화훼들이 등장하는 정물적 소재들은 동양회화의 전통적 화제인 기명절지(器皿折枝)의 현대적 변주라고 할 만하다. 꺾여진 꽃가지, 과일들의 절지와 보배롭고 귀중한 그릇을 조화시켜 그리는 일종의 정물화 장르를 작가는 아주 사소하지만 자신의 눈에 보배로운 것으로 비춰지는 기물과 꽃가지, 화훼들을 아주 소담스럽게 그리고 있다. 작가가 생활하는 공간에서 접하는 작은 부분들에 애정을 갖고 작품의 소재로 사용하는 강미선의 이런 독특한 작업들은 부녀자가 거주하는 공간에서 꽃피운, 여인들 특유의 감성이 어려있는 조선시대의 규방문화(閨房文化)를 연상케 한다. 또한 풍경적 소재들은 오래된 가옥의 담장에 한, 두줄기 뻗어있는 담쟁이 넝쿨에서 들녁의 수숫대, 몇 그루의 나무가 서 있는 모습에 이르기까지 풍경의 한 단면들을 보여준다. 이들은 한결같이 심심하다고 할 정도로 단순하지만, 외형적인 것보다는 간결한 풍경을 통해 작가의 내밀한 마음의 세계를 진솔하게 그려내고자 한다. 이번 전시작에서도 그의 이러한 섬세한 관심사들은 잘 드러나고 있다. 항상 접하지만 의식하지 않고 그냥 지나쳐 버리는 아주 사소한 것들에 작가는 나름의 애정을 가지고 조형화해서 보여준다. 《마음의 풍경》이라는 주제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작은 소품을 활용한 정물적 내용이나 풍경적 내용으로 작가 내면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강미선 작업의 또 다른 특징은 그림 그리는 바탕이 되는 한지 자체를 표현의 수단으로 끌어들이고 있는 점이다. 그는 결이 거친 닥종이를 몇차례 발라 올리면서 두드리기도 하고 말리기도 하여 표면자체가 불규칙한 작은 돌기들로 이루어진 마치 투박한 화강암의 표면, 토담과도 같은 질감을 만든다. 이 위에다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빳빳한 붓끝으로 화면을 탑본(榻本)하듯 두드려 일정하게 먹을 올린 후 그 위에 그림을 그리기도 한다. 먹의 농담만으로 계속 쌓아올린 바탕은 세월의 이끼가 낀 토담 같은 느낌을 주기도하고 더욱 거친 것은 화강암 표면에 종이를 얹고 탁본(拓本)한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황촉규》, 《석류》, 《호박》에서 볼 수 있는 이러한 한지 자체의 표현효과는 간결한 형상미와 조화되면서 질박하고 소담스러운 생활의 맛이 풍겨나오게 한다. 오랜 세월 온갖 풍상을 견디다 못해 여기저기 금이 간 《벽》과 담벼락에 발을 깊게 내리고 조금씩 기어오르는 담쟁이 넝쿨을 그린《마음의 풍경》, 《담쟁이》는 화강암 표면을 탁본한 듯한 한지의 질감을 통해 강인한 생명력과 지치지 않는 희망을 잘 표현하고 있다.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운운하는 요즘 그의 작품이 보여주는 질박하고 소담스러움은 진실로 참한 인상은 줍니다. 정성과 따뜻한 마음이 배어 나오는 그의 작품세계가 그윽한 먹향기와 손맛으로 더욱 더 성숙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 DATE
    2000.04.04 - 2000.04.26
  • ARTIST
Artwor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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