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이철수 판화전 <이렇게 좋은날>은 95년 <마른풀의 노래> 이후 5년만에 열리는 것으로, 그동안 작가가 가져왔던 생각이며 삶의 흔적들을 보여준다. 아시다시피 이철수 선생은 1980년대 초 목판화작업을 통하여 민중미술작가로서 미술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1980년대 말에 충북 제천 박달재 아래로 삶의 터전을 옮기면서 청정농사를 지으며 목판을 새기는 농부 목판화가가 되었다. 1990년대부터는 禪과 일상을 소재로 한 <새도 무게가 있다>, <산벚나무 꽃피었는데>, <마른풀의 노래>라는 전시를 통해 독자적인 판화세계를 보여줬다. 그가 개척한 ‘이철수식 禪畵’는 詩書畵가 한데 어우러지는 문인화의 형식을 판화에 도입한 것으로 禪畵的 색채를 띠면서도 결코 고답적이지 않으며 현대인의 의표를 찌른다. 이철수 선생의 문인화풍의 禪畵에는 자신 나름의 시대를 바라보는 눈과 정신이 있다. 또한 거기에는 관조의 미학이 자리잡고 있다. 그는 이번 전시 <이렇게 좋은날>에서도 우리를 자신의 내면 세계로 초대한다. 특히 이번 전시의 선화들은 세상을 새로운 눈으로 보려고 한 노력의 산물이다. 그는 선적 표현이 많은 그림일수록 낯익은 소재와 쉬운 말로 표현했다. 그렇기 때문에 선적 언어를 찾아가는 길도 그림 속의 다양한 말들도 모두 작가가 삶을 사는 흔적처럼 보여진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전시의 그림들은 다른 전시 때보다도 더 가깝게 작가의 일상을 볼 수 있다. 그는 식구들과 방안에 있을 때, 논밭에서 일할 때, 때로는 큰길이나 시장에서도, 새순, 지는 낙엽, 지는 해 등 생활 속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지만 놓치기 쉬운 작은 것들 속에서 소박한 깨달음을 그림으로 남겼다. 농사꾼이기도 한 이철수 선생은 여름에는 주로 농사일을 하고 눈 오는 겨울을 또 다른 경작의 시간으로 삼아 그림 그리기를 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선생은 목판을 새기는 일과 밭을 가는 일이 많이 닮았다고 말한다. 더불어 그는 자신의 그림이 오래 동안 두고두고 가까이 지내고 싶어지는 사람과 닮았으면 한다고 말한다. 이런 사람에게 다가가는 그림이라는 선생의 생각은 판화달력과 엽서시리즈, 잡지의 판화연재, 더 나아가서 아트세라믹과 찻상보 같은 생활소품 등을 통해 보여주었다. 그는 사람과 그림의 소통을 중요하게 여기며 미술의 역할은 단절된 관계를 잇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전시에서도 그의 이런 생각을 그림에서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작품은 총 134점으로 이 중 64폭 병풍 1점도 포함되어있다(그림수로는 총 197점). 또한 서울의 학고재와 아트스페이서울을 비롯하여 부산 공간화랑, 전주 문화사랑, 대구 예술마당 솔, 청주 무심갤러리에서도 전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