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도는 다양한 매체와 형식 실험으로 끊임없이 자기변신을 시도해온 작가이다. 홍익대학교를 졸업하고 미국에서 공부한 그는 귀국 직후 비디오, 액정모니터 렌즈, 프리즘을 이용한 설치 작업을 선보였다. 그후 벽걸이용 사각 거울과 자동차 후시경으로 새로운 조형 작업을 시도하였고, 피아노와 자동차를 분해한 후 집게로 재구성하는 작업으로 주목받기도 하였다. 이런 실험 정신은 의료기와 사진이 등장하는 〈진화와 해부학적 구조〉연작으로 이어진다. 최근에 그는 대형 여성 누드 사진을 조각조각 분해한 후 그 절단된 파편들을 다시 원상대로 접합함으로써 현대 사회에서 ‘성형’이나 이미지 조작의 의미를 되새겨 보는 작업을 선보인 바 있다. 홍성도는 일정한 주제나 양식을 계속적으로 반복하여 틀지워진 예술 세계를 만들어 가는 작가들과는 거리를 두고 있다. 그의 예술 세계를 몇 마디의 말로 정의내리기 어려운 이유 또한 여기 있다. 그는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가는 작가이다. 이번에 선보이는 작업들 역시 새로운 표현의 가능성을 찾아 나서는 작가만의 여정을 담고 있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손과 발, 얼굴과 몸, 꽃 등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소재들을 다루고 있다. 이 친숙한 소재들은 이미 전통 회화가 보편적으로 다루어오던 것들이기도 한다. 다만 홍성도가 전통 회화 작가와 변별되는 지점은 소재를 다루는 독특한 방식이다. 홍성도는 기존의 전통 회화에서 붓과 물감으로 이루어지던 창조적 ‘모방’의 과정을 기계적인 ‘모방’의 프로세스로 전환한다. 작가는 모든 대상들을 스캐너로 스캐닝한다. 스캐닝이라는 기계적 과정에서 대상에 대한 정보가 인간의 자각이나 기억이 아니라 기계적 인식에 따라 디지털 숫자로 기록된다는 점 또한 흥미롭다. 작가는 스캐너를 통과한 사물의 이미지에서 자신도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예술적 결과와 미적 성취를 발견한다. 그는 손이 아닌 기계를 통한 관찰과 모방이 갖는 가능성과 한계를 작업으로 풀어내고 있다. 이번 전시 〈홍성도전〉은 늘 그렇게 우리와 함께 숨쉬고, 생활해 오던 주변 사람들과 익숙한 대상들을 바라보고, 느끼는 우리의 시각과 잣대에 신선함을 더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