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운생동》전은 온 국민의 축제이자 세계인의 축제인 2002년 월드컵을 기념한 전시이다. 전시 제목이 보여주듯 이번 전시는 우리의 전통 미학과 현대 스포츠 미학의 교차점을 ‘기운생동’에서 보고자 한다. 기운(氣韻)은 문장이나 서화의 고아하고 담박한 멋을 이르는 말이다. 기운이 생동한다는 것은 그러므로 그런 멋, 그런 기품이 넘쳐흐르는 상태를 뜻한다. 스포츠든 예술이든 바람직한 행위가 되기 위해서는 행위 주체의 정신과 육체가 자연스러운 조화를 이뤄야 하고, 그 조화가 탁월한 기량으로 아름답게 표출돼야 하며, 그로 인해 관객에게 진정한 감동과 기쁨이 주어져야 한다. 바로 그 세계를 지향하는데 있어 기운생동만큼 중요한 게 없다고 생각된다. 월드컵이 전 세계인들의 열렬한 사랑을 받는 것은 축구를 통해 진정한 경쟁의 아름다움과 승패와 관계없이 최선을 다하는 자세, 고도의 기술, 야성적인 에너지, 그리고 세계인 모두를 하나로 만드는 화합의 힘에 있다고 하겠다. 한마디로 월드컵은 세계인들이 지향하는 평화와 화합의 위대한 드라마이자 상징이다. 이렇듯 우리 모두의 염원을 담은 상징이기에 월드컵은 바로 그 차원에서 높은 예술적 가치를 갖는다. 예술이란 하나의 상징이다. 우리가 염원하고 꿈꾸고 추구하는 모든 소망과 아름다움의 상징이다. 그러므로 이런 위대한 스포츠 제전과 예술이 만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 옛날 그리스에서 올림피아 제전이나 퓌티아 제전이 열릴 때 스포츠 행사는 예술 행사는 늘 함께 펼쳐졌다. 《기운생동》전의 출품 작가는 강경구(경원대 교수), 김보희(이화여대 교수), 김선두(중앙대 교수), 김호득(영남대 교수), 석철주(추계예대 교수) 다섯 분이다. 이분들은 모두는 근래에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중진 한국화가 분들이다. 우리 전통의 맥과 저력을 나름의 어법으로 새롭게 변용하고 있는 다섯 작가의 근작들을 한 자리에서 만나는 것 또한 색다른 기쁨을 선사할 것으로 생각된다. 2002 월드컵이 풍성한 기와 운이 넘치는 지구촌의 축제로 모든 사람들에게 평화와 화합의 장으로 거듭 나기를 《기운생동》전을 통해 다시 한번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