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전시는 조각가 김주호의 근작을 선보이는 자리다. 김주호는 단순한 형태의 인물조각을 통해 세상과 사람간의, 사람과 사람간의 오가는 시선과 대화, 마음의 교감 같은 ‘소통’의 문제에 관심을 기울인다. 그런 점에서‘세상 들여다보기’란 이번 전시의 제목도 소통을 향한 작가의 본능적이고 실존적인 의지를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소통을 다루는 작가의 시선은 엄숙하거나 심각하지 않다. 작가는 생활주변에서 낚아 올린 사소한 이야기, 개인적으로 겪은 소소한 경험들, 만화경 같은 세상을 바라보고 느낀 감정 등에 작가 특유의 유머를 덧칠함으로써, 어디선가 한번쯤 마주쳤을 법한 평범한 인물들이 뭔가 하나씩 이야기 보따리를 들고 우리에게 말을 걸고 있는 듯, 그 소통은 편안하고 친근하다. 이번 전시는 심오한 철학적 사유로 포장한 난해한 작품들이 범람하는 현대미술의 조류 속에서 평범한 인물들이 말하는 쉽고 재미있는 이야기로 관람객에게 보다 친근하게 다가가는 전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전시에 출품되는 작품은 김주호의 기존 작업세계의 연장선상에서 살펴볼 수 있다. 거친 화강석, 폐가가 된 한옥에서 구한 나무, 두꺼운 철판, 그리고 질구이를 재료로 단순하게 표현된 인물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마주치는 사람들 혹은 내 자신의 모습이다. 그 사람들의 이야기 또한 우리 일상에서 흔히 마주치는 평범한 것들이다. 그래서 얼핏 그의 작품은 그저 귀엽고 앙증맞은 장난감 내지는 친근한 인형처럼 보인다. 하지만 거기에는 유머가 살아 있어 오랜 세월 사람과 세상을 깊이 관찰해 온 작가 특유의 안목과 지혜를 엿볼 수 있다. 이번 전시에는 김주호의 드로잉이 대폭 등장한다. 조각작품의 전시 특성상 허전해진 벽면을 메우기 위해 등장하기 시작한 드로잉은 전시의 재미를 더하면서 입체작품과 어우러져 작가의 메시지를 강화시키는 작용을 한다. 김주호에게 드로잉은 입체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작가의 상상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가장 자유로운 매체이면서 입체작품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밑그림과는 그 완성도면에서 구별된다. 그의 드로잉은 얼핏 장난기 섞인 낙서처럼 보이지만 거기에는 촌철살인(寸鐵殺人)에 버금가는 작가의 비판적이면서도 경쾌한 시각이 반영되어 있다. 드로잉의 소재는 주로 시사적인 내용에서 취하는데, 콜라주의 형태로 표현한 <굳어버린 악수>는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진전 없는 남북관계에 대해 꼬집고 있으며, <같이 춤춰요>에서는 남녀의 춤추는 모습을 우리나라 지도와 병치시켜 남북화합의 염원을 상징한다. 때로 드로잉은 입체작품과 쌍을 이루어 등장하기도 한다. <금단증세 자가진단 관찰도>와 <금단증세-눈알이 돈다>는 평면과 입체작업이 하나의 쌍을 이루어 상호작용하는 작품으로, 골초인 작가가 금연의 경험을 시각화한 것이다. 드로잉은 금연을 시작한 후 나타나는, 초조하고 어지럽고 머리가 지근거리는 등의 금단의 자각증상을 시간 순서에 따라 화살표로 진행된 도표형식으로 나타냈다. 간단한 그림과 설명으로 쉽게 표현한 드로잉의 화살표를 따라가다 보면 작가의 경험이 구체적인 이야기로 다가오면서 결국은 실패로 돌아가 다시 담배를 입에 문 마지막 장면에서는 안타까움에 절로 탄성이 나온다. 이 중 금단증세가 최고조에 이르러 머리칼이 주뼛 서고 눈이 팽팽 도는 모습을 과장하여 표현한 나무조각은 금단증상을 직접 겪은 작가의 자화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