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전시는 펜화가 김영택 선생의 첫 번째 개인전이다. 김영택 선생은 우리의 문화재를 펜화에 담아 단상과 함께 연재하는 신문 칼럼을 통해 미술계에서 보다 일반에게 더 잘 알려진 작가이다. 펜화가로 활동하기 전, 김영택 선생은 유명한 그래픽 디자이너였다. 1972년 홍익대학교를 졸업하고 디자이너로 활동하면서 수많은 기업의 이미지 통합(Corporate Identity) 작업에 참여했으며, 그 성과로 1993년 국제상표센터(International Trademark Center)에서 전 세계 디자이너에게 수여하는 디자인 대사(Design Ambassador)의 칭호를 받았다. 이런 배경은 오히려 선생으로 하여금 작업에 있어 전통에 얽매이지 않는 새로운 기법과 특성을 개척할 수 있는 요소가 되었다. 선생이 본격적으로 펜화를 그리기 시작한 것은 1994년 경영하던 디자인 회사를 정리하고 부터이다. 선생은 프랑스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에 갔다가 그곳 기념품 상점 물건의 절반 정도가 펜화인 것을 발견하고, 서양 사람들의 눈에 익숙한 펜화를 통해 한국의 문화재를 알리면 그들도 인정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확신이 들자 선생은 전국을 돌며 우리의 문화재를 펜화로 담아내기 시작한다. 그렇게 담아낸 펜화가 지금까지 70여 점에 이르고, 이번 전시에는 그 중 48점의 선별된 작품이 출품된다. 펜화는 서구에서 데생의 일종으로 오래 전부터 존재했으며, 반 아이크를 비롯해 레오나르도 다 빈치, 뒤러, 렘브란트, 마티스 등 많은 화가들이 펜화를 남겼다. 하지만 붓의 문화전통이 강한 우리나라에서 펜화는 다소 낯선 장르이다. 선생은 서양의 펜화를 참고하기 보다는 독학하듯이 그려가면서 주제에 맞는 기법과 형식을 체득해 나갔다. 그러면서 양식도 변모하여 초기에는 여백이 많고 선이 굵으며 호방하지만 점차 선이 세밀해지면서 기록화적인 성격이 강해진다. 우리의 건축문화재를 세계에 알리고 후대에 전하기 위해 펜화를 통해 문화재를‘기록’해야 한다고 생각한 선생에게 세밀하고 이성적인 표현이 가능한 펜은 가장 적합한 재료이다. 정확하게 기록한다는 점에서 선생의 펜화는 종종 다큐멘터리 사진과 비교되기도 한다. 기계적인 사실재현성에 있어서 펜화는 사진에 미치지 못하지만, 작가의 의지대로 화면을 조정할 수 있고, 한 땀 한 땀 정성이 들어간 선생의 펜화에는 사진이 놓칠 수 있는 그리는 사람의 기운을 담고 있다. 그리고 그 기운에는 우리 문화재에 대한 선생의 애정이 올올이 녹아있다. 서구적인 재료인 펜화로 한국적인 소재인 우리 건축 문화재를 담아내는 김영택 선생의 작업이 초기작부터 최근작까지 처음으로 망라되는 이번 전시는 선생의 작품세계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귀중한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