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전시는 전통회화의 형식과 내용 속에 우리의 산하(山河)를 독특한 필치로 담아온 중견 서양화가 송필용의 아홉 번째 개인전이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물’을 그렸다. 작가는 물을 그리는 이유에 대해, 물이 가진 기운과 물이 만들어내는 대기의 효과가 우리 땅을 아름답게 만들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물은 대지를 촉촉하게 적시고 모든 생명을 살아있게 하는 원천이다. 송필용은 물이 빚어낸 생명력 넘치는 자연을 찬미하기 위해 물을 그렸다. 물은 우리 삶에서 아주 평범하고 흔한 존재지만, 송필용은 그런 물을 통해서 물의 순리와 법칙을 보여주고자 했다. 거친 자리와 불편한 자리를 마다하지 않고 막힘없이 흐르고 거침없이 내달리는 물의 순리를 통해 물의 외형적 모습보다는 물이 지닌 다양한 의미와 정신성을 탐구하고자 한 것이다. 이번 전시에 출품된 송필용의 물 그림은 크게 수직의 흐르는 물과 수평의 정지한 물로 나눌 수 있다. <구룡폭>, <비봉폭>에서 보이는 수직의 물은 지축을 뒤흔들듯 거대하게 쏟아져 내리는 폭포의 속도감을, <삼일포>, <해금강>과 같은 수평의 물은 모든 것을 포용하는 정적이고 무한한 세계를 표현한다. 이 두 가지는 물의 본성을 상징하는 것으로, 흐르는 물은 세상의 모든 오염물을 씻어내는 정화의 성질을, 정지된 물은 관조와 침잠의 수기적(修己的) 성격을 담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폭포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 거대한 캔버스에서 떨어지는 물줄기는 아스팔트의 복사열까지 그대로 감내해야 하는 도시인들에게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속까지 후련한 청량감을 선사해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