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 그의 작품을 이해하는 중요한 키워드는 작가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시대로 넘어오는 사회변화를 관조하고 있는 경계인이라는 점이다. 기술에 의한 급격한 사회발전에서 지체되고 외면 받는 존재들은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나와 나의 주위 현실 속의 인간이다. 그는 이러한 이탈자 중 한명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명백한 사실은 우리 시대 소외된 인간 군상들의 암울한 흔적들이 그의 작업에 고스란히 나타난다는 것이다.
팀 아이텔이 그리는 인물들은 흔히 우리가 주변에서 마주할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한 사람이건 다수의 사람들이건 현대사회에서 소외된 자들이다. 그들의 형상에는 고독함과 외로움을 넘어 우울함조차 배어 있다. 회화의 사각 공간에서 ‘고독한’ 존재들은 제각각의 배경 안에 놓인다. 일련의 작품에 나오는 배경과 등장하는 존재는 다양하나 전해오는 울림은 동일한 파장을 지닌다. 주인공들은 어떠한 현실의 배경에 놓여있든 모든 여백의 환경을 짓누르며 스스로를 자연스럽게 드러낸다. 인물과 여백 사이의 균형을 무너뜨리지 않고 원하는 대상을 기묘하게 드러내는 작가의 독창적인 화법은 스쳐가는 관람자의 시선을 잡아 고정시켜 관험적 시간의 선을 늘어뜨리곤 한다.
서진석 | 관장, 백남준 아트센터
「시선의 관조적 시간 확장과 집중」 발췌
고독한 모습들. 무리 지어 있는 모습은 좀체 볼 수 없고, 대체로 등이나 비스듬한 뒤쪽 옆모습이다. 그렇지 않은 경우라도 윤곽을 알아보기 어려우며, 주로 혼자 하는 활동에 열중하고 있는 모습들이다. 글을 쓰거나 읽는 중이라던가, 무용 스텝을 스케치하거나, 경치를 유심히 살펴보거나 무미건조한 내부 공간에 자리를 잡거나, 그림이 말을 건네는 관람객들의 시선에서 벗어난 외부 또는 내부의 현실을 관찰하는 모습들을 볼 수 있다. 사실 이런 모습들은 움직임에 대한 환각을 보여줄 만도 하다. 그러나 대부분 마치 응결된 채 사진 속에 고정된 듯이 굳어있는 모습들이다. 현대주의자들에 의해 교리처럼 세워진 시간공포증이라는 존재에 순응하는 척하기 위해 시간 속에서 멈춰진 상태를 보여준다.
팀 아이텔은 15년여 전부터 불필요하거나 지엽적인 요소를 제거하고 정화하는 구성을 통하여 현대주의적 전통을 재구성하는 방법을 사용해오고 있다. 해 마다 참신한 요소들로 풍성해지는 의미와 테마를 바탕으로, 탐구와 개발의 도구로 활용되는 « 회화적 » 질문들을 통해 새로운 시각을 보여주고 폐쇄된 요소를 개방하거나 예전부터 다루어진 회화 형식을 파고 든다.
에릭 버하겐 | 미술사학자, 발랑시엔 대학교
「회화적 가상」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