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희는 2000년대 중반부터 제주도에서 살기 시작하면서 밝은 햇살, 토종식물, 바다와 산이 어우러진 이국적인 풍광 등에 눈을 뜨게 되었다. 이후 제주도 자연을 담은 작품을 제작해왔다. 1990년대 점묘법에 기초하여 평면성이 강조된 서정적인 강변산수와는 달리 제주도 작업은 동식물로 가득 찬 에너지가 충만한 원시림을 다루고 있다. 대상을 바라보는 시선 자체도 점차 변화하였다. 강변산수에서는 자연을 멀리서 바라보면서 일정한 거리를 두고 조응하려는 태도였지만, 제주도 시기부터는 자연 속으로 들어가서 대상과의 거리가 보다 가까워졌다. 작가는 제주도 시기부터 생명의 근원으로서 원형의 자연을 작품 속에 담아내고자 했다. 작품 속의 모든 존재는 색과 형태를 뚜렷하게 지니면서 저마다의 기운을 뿜어내게 되었다. 필치가 속도감 있게 표출되거나 질감이 크게 두드러지지는 않음에도 불구하고 각양각색의 동식물들은 화면의 전면에서 살아 숨 쉬는 드라마를 이루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