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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만의 꿈 

강익중 

 

남북한 어린이들이 그들의 꿈을 통해서 보는 미래 한국에서 태어나 자라면서 나는 어른들에게 한국이 두 나라로 나눠지기 전에 한반도가 한 나라였던 때의 이야기를 종종 듣곤 했다. 나는 그들이 잃어버린 그들의 가족과 친구들을 언젠가는 다시 한번 안아볼 수 있으리라는 희망으로 눈빛을 반짝이던 것을 잊을 수가 없다. 지난 오십년 동안 한반도를 분열시켰을 뿐만 아니라 세계의 많은 다른 부분들을 지배했던 이념들은 내가 어렸을 때보다 그 설득력을 많이 잃었다. 통일을 향한 첫 발자국은 서로간의 이해의 폭을 넓히는 것임을 나는 믿는다. 그리고, 그 이해의 폭은 우리가 티없는 우리 어린이들의 눈을 통해서 함께 미래를 내다볼 때조금씩 넓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십만의 꿈은 이데올로기를 초월하여 한국의 평화로운 미래 더 나아가서는 분쟁 중에 있는 다른 나라들의 평화로운 미래를 함께 기원하는 마음으로 기획되었다. 우리는 십만의 어린이들의 십만의 꿈을 통해 무한한 가능성의 미래로 함께 여행할 수 있을 것이다. 십만의 꿈이 당장 통일의 꿈을 실현시켜 줄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이 전시가 전 세계의 어린이들이 함께 참여하여 헤어진 가족들,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개인들을 한 마음으로 이어주는 다리의 역할을 충실히 해 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몇 달간의 기다림에도 불구하고, 나는 오만의 북한 어린이들이 당장은 그들의 꿈을 보낼 수 없음을 알게 되었다. 이번 십만의 꿈에는 오만의 남한 어린이들의 꿈이 북한 어린이들의 꿈을 만나길 기다리며 침묵의 벽을 만들게 된다. 그러나 다음 십만의 꿈 전시에는 북한 어린이들의 꿈을 받아볼 수 있도록 노력 할 것이다.

1999년 10월 15일 강익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