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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 조각展 

김석 

 

김석은 삶을 하나의 실존적 드라마로 보여주는 작가이다. 그가 꾸준히 보여온 사람의 머리형상은 현실의 인간을 자꾸 환기시키지만 그 형태는 인간이 처한 현실, 이 시대의 ‘인간의 조건’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 보여지는 김석의 근작들은 오늘의 시점에서 인류의 역사, 곧 지식의 역사를 총체적으로 되돌아보고 있다. 지식을 확장하고 문명을 발달시키는 것이 인류의 문명이나 그것이 인간의 행복과 늘 일치하지 않듯이 흑과 백, 악과 선을 나누면서 축적되기 시작한 인류의 지식은 그 자체로 영원한 모순이 되어 우리의 삶을 규정한다. 그는 바로 이러한 내용을 사람의 얼굴 이미지 하나 하나에 실어 압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포괄적인 의미의 ‘지식’을 사유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데 반해 그의 작품은 상당히 단순한 이미지로 나타난다. 표현의 외형보다는 사유의 깊이를 드러내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는 돌과 청동, 나무 등의 재료를 이용하여 이전에 비해 구성과 내용면에서 다양성을 보여 준다. <지식의 무게-I>은 석고로 만든 사람의 머리를 가느다란 강철봉 끝에 매달아 바닥에 설치한 작품이다. 바닥으로부터 솟아나 있는 휘어진 강철봉은 관객이 스쳐지나가거나 건드리게 되면 이리저리 흔들리게 된다. 이 작품에서 머리 아래의 가느다란 강철봉은 인간 실존의 지표로 읽을 수 있다. 흔들리는 강철봉은 지식과 문명의 발달로 오히려 왜소해진 인간 존재를 떠올리게 한다. 특히, 강철봉과 대비되는 무거운 사람머리는 자연을 상실한 대가로 얻은 인간의 성취-지식과 문명-가 얼마나 부실하고 불균형한 것인가를 생생히 전해준다. 이 부실과 불균형의 문제는 공간을 가로지르는 낚시줄에 매달린 사람 머리들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즉, <지식의 무게-II>는 줄에 매달려 공중에 부유하는 머리 형상들을 통해 인간의 지식이 그만큼 근거없고 취약한 것임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렇게 지식의 한계를 파고드는 작가는 특히 지식이라는 것 자체의 형성과정이 매우 임의적이라는 데에도 지대한 관심을 보인다. 그의 <지식의 깊이>는 나무합판으로 만든 작품이다. 동그랗게 오려져 기둥처럼 쌓인 합판을 사람의 머리형상으로 도려내어 마치 피스톤 구조물 같은 모양을 이루게 한다. 둥그런 기둥에서 빠져나온 사람의 머리형상, 둥그런 기둥을 우주, 자연세계로 본다면 사람 형상은 인위나 지식, 문명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의 지식은 결국 자연으로부터 얻어진 것으로 김석은 그렇게 인간의 모습으로 상징화한 지식의 형상을 통해 그 임의성을 선명히 나타내고 있다. <지식의 무게-III>, <지식의 무게-IV>는 무거운 구와 육면체 그리고 그것을 떠받치고 있는 머리의 형상을 통해 ‘참을 수 없는 지식의 무거움’을 측량하는 작품이다. 매체를 통해 하루에도 엄청난 양의 정보들이 쏟아져 나오지만 그것을 미처 소화해내지 못하는 현대인들. 바로 <100kg의 지식>이나 <300kg의 사고>는 그 속에서 허우적거리며 우리에게 버거움으로 다가오는 지식의 모습을 매우 물량적인 형상으로 묘사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방대한 양의 지식이 우리에게 많은 도움을 주지만, 그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지지 못하는, ‘지식’의 양면성에 대한 진지한 물음을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