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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와 가람의 진경 

이호신 

 

이호신은 1998년 ‘숲을 그리는 마음’전에 이어 이번에 산사의 향기를 담은 ‘산수와 가람의 진경’전을 선보인다. 앞선 전시가 우리 산천의 작은 경물들인 들풀, 나무, 곤충 등 생태기행 작품들을 보여주었다면, 이번 전시에 내보이는 작품들은 명산, 명당터에 자리잡고 있는 옛 사찰들의 그윽한 향기를 뿜어내는 가람풍경들이다. 이 땅에서 나고 자란 은혜를 생각하며 우리의 삶과 가치를 늘 그림으로 표현하고 싶어했던 이호신은, 수년전부터 국토를 여행하면서 사찰답사를 통해 ‘가람의 진경’을 그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특별히 사찰을 그리기로 한 연유는 사찰이 대부분 산수와 조화를 이룬 곳에 자리잡고 있어 대자연과 옛 건축의 아름다움을 한눈에 볼 수 있고, 항상 살아 숨쉬는 겨레의 유산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산천 곳곳에 꽃처럼 피어난 가람의 향기를 찾아 발품을 파는 현지답사를 통해 그가 그려낸 가람의 풍경들은, 각 지역의 산세와 물의 흐름, 건축의 특성과 함께, 계절미가 주는 독특한 산사의 분위기를 전해준다. 대부분의 작품은 산을 전체로써 조망하는 구도를 보여 준다. 작가 이호신이 ‘산천은 둥지고 가람은 그 둥지에 싸인 알’이라고 표현한 것처럼 그의 그림에 나타나는 가람의 모습들은 대자연과 그 아늑한 품에 잘 안겨 있어 안온하고 푸근하다. 이런 조화로운 화면구성을 볼 수 있는 것은, 그가 고원법, 심원법, 평원법 등 과거 고정된 관점에 구애받지 않고 하늘 위에서 조감하는 기법으로 탐색하고, 횡으로 긴 화폭도 즐겨 공간에 맞는 투시법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화엄사 개울 건너 지장암에서 바라본 ‘지리산 화엄사’는 전경에 위치한 올벚나무가 화면의 절반정도를 차지하고, 저 멀리 화엄사 풍경을 그려낸, 극적인 대비를 보여주는 작품이며, 내소사, 불영사, 부석사 등을 소재로 한 작품들은 절 안팍 뿐만이 아니라 주변 산세까지 잡아내는 구도는 호방한 필치와 함께 웅대한 맛을 보여 준다. 그가 자유자재로운 화면구성으로 이런 화폭을 감당할 수 있었던 것은 산을 넘고 물을 건너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고 그린 수많은 밑그림과 끊임없는 재구성의 시도, 자신있는 필력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이호신의 그림은 대체로 수묵이 지배적이지만, 최소한의 채색을 곁들여 생동감을 더해 준다. 하지만 그 최소한의 담백한 채색은 이른봄인지, 한여름인지, 늦가을인지 느낄 수 있을 만큼 계절감을 잘 살리면서 수묵의 농담과도 잘 어우러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