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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요배展 

강요배 

 

왜곡된 현실에 대한 비판적 작업에서 출발한 강요배 선생은 제주의 역사와 삶을 담은 그림으로 잘 알려진 작가이다. 제주에서 태어난 선생에게 지리적으로, 역사적으로 특수성을 지닌 제주도는 삶의 모태이자 작업의 화두이다. 《제주민중항쟁사》전, 《제주의 자연》전,《동백꽃지다-강요배의 4․3역사화》전 등은 제주에 대한 작가의 관심과 이에 대한 나름의 시각을 보여주었던 일련의 전시들이었다. 지난 1999년 강요배 선생은 《금강산》전에서 제주 대신에 금강산을 작업 주제로 삼았지만, 이것 역시 ‘역사’와 ‘자연’이라는 변함없는 주제의 연장이었다. 제주의 바람과 제주의 오름, 제주의 들녘과 제주의 산하가 오롯이 들어앉은 그림들이 주를 이루는 이번 전시는 기존의 작업 주제들을 연장하고, 심화하고 있다. 《강요배》전에 출품되는 30 점의 그림들은 90년대 초 제주로 재귀향 한 후 새로운 삶의 터전과 작업 공간에 편안히 정착한 선생의 감흥을 올올히 녹여 보여준다. 〈진달래꽃〉,〈물매화 언덕〉, 〈비양도의 봄바다〉, 〈적송〉에서 만개한 봄꽃은 여전히 사랑스럽고, 흩뿌려진 들꽃은 여전히 생기있고, 일렁이는 파도는 여전히 시원하고, 곧은 나무는 여전히 굳건하다. 여기에 덧붙여 이번 전시에서 눈여겨 볼 작품들이 더 있다. 〈관산대〉, 〈영주산〉,〈미리내〉등이 그것이다. 〈관산대〉는 강요배 선생이 사는 귀덕 마을에서 바라본 한라산에 작가가 나름의 이름을 붙인 그림이며, 〈영주산〉은 금강산, 지리산, 한라산을 삼신산(三神山) 으로 상정하고 그린 풍경이다. 또한 〈미리내〉는 밝은 밤하늘의 은하수를 화면에 가득 담고 있다. 삶의 풍파에 시달린 자의 마음을 푸는 길은 오직 자연에 다가가는 것뿐이었다. 그 앞에 서면 막혔던 심기의 흐름이 시원하게 뚫리는 듯하다. 부드럽게 어루만지거나 격렬하게 후려치면서, 자연은 자신의 리듬에 우리를 공명시킨다. 바닷바람이 스치는 섬땅의 자연은 그리하여 내 마음의 풍경이 되어간다.-강요배의 글 중에서- 강요배 선생의 글처럼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그림들은 눈에 보이는 풍경이 아니라 마음에 담긴 풍경들이다. 이것은 대상에 대한 따뜻한 사랑과 각별한 이해가 있었기에 가능한 풍경들이기도 하다. 이런 이유로 우리는 이번《강요배》전에서 우리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는 보편적인 한국의 풍경과 만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