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리스트 전환

 

이종구-국토 

이종구 

 

임술년 9만 8992k㎡’, ‘민족미술인협회’, ‘인천민족미술인협회’ 등 참여적 성격의 미술 운동에 적극 동참해 왔던 이종구는 현실 비판적인 극사실화로 잘 알려진 작가이다. 특히 정부미를 담은 종이 부대에 농촌의 현실과 문제점을 그려 ‘쌀 부대 작가’로 불리기도 한 작가는 우리 농촌의 풍경과 이웃을 통해 피폐된 농촌의 현실을 고발하는 작업을 일관되게 해 온 바 있다. 이번 전시《국토》는 6년 만에 개최되는 이종구의 개인전으로 모두 30여 점의 그림이 출품된다. 이번에 선보이는 작업들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된다. 하나는 기존의 작업 주제를 연장하고, 심화한 작품들로 고향인 충남 서산 오지리를 소재로 한 〈산불〉, 분노한 소를 표현한 〈싸움꾼〉, 대동여지도를 바탕으로 남녀의 고무신을 그린 〈남남북녀〉 등이 그것이다. 다른 하나는 〈영토-압록강에서 두만강까지〉, 〈백두대간〉 연작 등으로 기존의 작업 주제를 확대하고, 확장한 작업들이 여기에 속한다. 〈영토-압록강에서 두만강까지〉, 〈백두대간〉 연작은 백두산을 중심으로 압록강과 두만강이 좌우로 원대하게 전개되고, 덕유산․지리산의 산세가 화면 가득 전개되는 대작이다. 이 작품들은 3년의 작업기간을 거쳐 완성된 것들로 한반도 산야의 도상학적 구도를 하나의 전체로 구성한 작품이다. 이 작업들에는 답사를 토대로 얻은 이종구 선생의 국토에 대한 애정이 올올이 녹아있다. 몇 해전 이종구는 중국을 거쳐 압록강에서 두만강까지 국경을 횡단하는 답사를 한 적이 있다. 우리 영토였던 고구려와 발해의 땅을 밟는 것으로 시작해서 한반도 북쪽 끝자락을 따라 동해에 이르는 대장정이었다. 여행을 하면서 선생은 우리 국토의 아름다움과 역사의 유장함을 새삼 느꼈고, 그 감동을 대하(大河)의 풍경화로 형상화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일반적인 풍경화가 아닌 국토의 자연과 삶을 총체적으로 형상화한 우리 민족의 ‘역사 풍경화’를 그리고 싶었던 것이다. 이종구의 이러한 생각을 집약한 작업이 바로 〈영토-압록강에서 두만강까지〉, 〈백두대간〉 연작이다. 전형적인 농민화와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한 풍경화가 한 자리에 망라되는 이번 전시는 “80, 90년대는 어둡고 억압적인 사회 분위기를 고발하려고 했지만 이제는 ‘현장’을 직접 그리기보다는 생명이나 환경의 근원을 표현해 보고 싶다”는 작가의 말처럼 변모된 선생의 작업 세계를 조망하는 새로운 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