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전시는 한 고향 출신의 화가 김선두, 소설가 이청준, 시인 김영남이 그들의 실제 고향이자 작품의 모태가 된 전라남도 장흥을 그 속살까지 읽어보자는 의도로 기획되었다. 동향 출신이라는 강한 정서적, 문화적 공감대를 지닌 그들은 함께 고향골 기행을 다니면서 그동안 시와 소설, 그림이라는 각각 다른 장르로 풀어낸 작업을 서로 이해하고 교류하고자 했다. 그 시도의 첫 번째 열매가 이번 김선두 개인전 <고향 속살 읽기>이며, 세 사람의 글과 그림을 엮은 책 『옥색 바다 이불 삼아 진달래꽃 베고 누워』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소설가와 시인이 그들의 장르로 읽은 고향을 화가가 어떻게 자신의 장르인 그림으로 형상화했는가를 주목해서 볼 일이다. 이번 전시에서 김선두가 그린 그림들은 소설가 이청준과 시인 김영남이 고향을 노래한 작품들을 원재료로 삼지만 소설과 시를 단순히 형상화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세 예술가의 공통항인 고향 장흥을 형상화한 그의 그림에는 두 예술가가 각기 그들의 장르로 형상화한 고향에 김선두가 체험하고 내면화한 고향이 결합되어 있다. 또한 그림에서 텍스트가 된 소설과 시는 종이나 물감처럼 하나의 자료적 소재에 불과한 점에서 단순한 삽화와도 구분된다. 김선두가 즐겨 그리는 장지화처럼 그의 그림들은 이청준과 김영남의 문학 속으로 스미고 번져, 그로부터 새로운 의미들을 우려낸다. 새로운 장르의 예감을 주는 이 그림들이 우리를 설레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