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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는 꽃 피는 마음-김지하의 달마 

김지하 

 

이번 전시《지는 꽃 피는 마음-김지하의 달마》는 우리나라 민주화의 상징이자 저항시인인 김지하 선생의 달마 그림을 모은 전시이다. ‘범상치 않은 신기가 감돈다’는 평가를 받은 난 그림으로 새로운 문인화의 진경을 펼친 바 있었던 선생은 이번 전시에서 특유의 ‘일찍이 볼 수 없었던’ 달마도를 선보인다. 달마도는 원래 선승의 수행방법 중 하나로 선화(禪畵)의 대표적인 화목이다. 연담 김명국(蓮潭 金明國)의 달마도는 간결하지만 힘찬 필치로 달마의 강렬한 인상과 고도로 응축된 내면세계를 동시에 표현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달마의 전형으로 평가되어 왔다. 그러나 요즈음 달마도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정신성의 표현보다는 ‘효험 있는 부적’에 쏠려 있다. 이런 차고 넘치는 달마도와 달리 김지하 선생은 예상치 못한 파격미와 정형을 깨부수는 신선함으로 새로운 달마상을 제시한다. <달빛, 외로운 내 도반>에서 달마는 처연한 달빛을 벗 삼아 외로운 수행의 길을 가야하는 쓸쓸함을, <살어리 살어리럇다 청산에 살어리럇다>에서 달마는 무욕과 초탈의 안락함을 표현한다. 또 <밤새워 화엄교 물소리 듣네>에서 달마는 인간과 자연의 리듬 또는 조화에 감탄하고, <삶은 발견>에서는 인간사의 아름다움과 슬픔에 새삼 눈뜨는 범상한 모습의 달마가 보인다. 가장 흥미로운 달마상은 <샛바람 불면 매화춤 추리>의 춤추는 달마이다. 튀어나온 이마와 눈망울, 벌어져 익살맞은 입, 리듬을 타는 듯 흥겨운 손은 속세를 떠난 스님의 그것이라기보다는 시정에서 시달리고 부대끼고 아귀다툼하면서도 활기차게 사는 우리들 모두의 딴 모습처럼 보인다. 김지하 선생의 달마도는 그 안에서 우리를 발견하는 재미와 함께 서정성과 상징성의 합주를 들려준다. <지는 꽃 피는 마음>에서 떨어지는 꽃은 절망, 사라지는 것, 마지막 돌아갈 곳을 상징한다. 하지만 이를 무심하게 외면하는 달마는 삶의 무상함을 나타내면서도 더없이 서정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허공에 우담바라>에서 허공을 응시하는 달마의 눈은 수행이 마음 밖에 있지 않음을 풍자적으로 보여주며, <오, 고구려! 오호, 오녀산성!>에서 달마의 꿈틀대는 눈썹과 부릅뜬 눈, 움켜쥔 주먹은 우리 역사에 대한 작가의 뜨거운 염원과 강력한 의지를 표출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김지하 선생이 25년 넘게 그려온 달마도 가운데 주로 근작들 60여 점과 매화와 난 그림 일부가 더해진다. 《지는 꽃 피는 마음-김지하의 달마》에서 우리는 슬픔을 기쁨으로, 아픔을 익살로, 괴로움을 넉살로 충분히 이겨낼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승(僧)과 속(俗)이 함께 긍정하는 자리를 전시장에서 찾아보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