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가 이호신 선생은 한국의 문화유산과 자연의 아름다움 그리고 민족의 삶을 진경 정신에 기초한 한국 수묵화의 전통으로 이어왔습니다. 선생은 자연과 인간의 상생을 위한 자연유산의 중요성을 깨닫고, 생명의 외경과 삶의 본질을 밝히는 그림과 글을 꾸준히 발표하고 있습니다. 우리 산천과 문화유산에 대한 이호신 선생의 따뜻한 애정과 눈길이 새롭게 미친 곳은 인도였습니다. 이번 전시는 선생이 2003년 두 차례에 걸쳐 한 50여 일간의 인도순례 후 남긴 그림들을 모은 전시입니다. 인도는 일반인에게 흔히 두 가지의 이미지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나는 신비로운 종교와 문화를 가진 동경의 나라이고, 다른 하나는 가난하고 퇴락한 나라의 이미지입니다. 하지만 이호신 선생의 그림에는 이 두 가지 편협한 이미지에 갇히지 않은 생생한 인도의 삶과 문화가 숨을 쉽니다. 마땅하게도 선생의 그림에는 인도의 문화유산이며 세속 풍물, 사람들, 자연경관 등이 나오지만, 그것은 관광객의 피상적인 구경거리로 나타나지 않습니다. 거칠다고 해야 할 만큼, 주저하지 않고 살아 움직이는 선생의 붓질과 더불어 인도의 풍광과 살림살이 또한 꿈틀거립니다. 한갓 그림의 대상으로서 박제되지 않고, 종이에 옮겨 앉았어도 살아있는 듯 숨을 쉽니다. 대작 <바라나시 갠지스강-생사의 노래>에는 힌두교의 성지 갠지스강에서 한쪽에서는 시체를 태우고 다른 한쪽에서는 시체를 태운 물에 목욕을 하는 인도인들의 모습이 있습니다. 외국인의 눈에는 도저히 이해하지 못할 상황, 삶과 죽음이 한자리에 펼쳐지는 그 곳에서 선생은 만다라와도 같은 인도의 사상과 문화를 함축적으로 화폭에 담았습니다. 이렇게 선생은 수없이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 인도, 그래서 혼돈스럽고 모호하기까지 한 인도에 대한 느낌을 어떠한 잣대나 평가 없이 담아내고자 노력했습니다. 동시에 거기에는 그가 우리 산천과 문화를 대할 때 그래왔듯이 깊은 애정과 이해가 담겨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