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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쉬예: 인식의 저편 

왕쉬예 

 

 

왕쉬예(王舒野, 1963-)는 중국 헤이룽장성에서 태어나 중앙공예미술학원(현 칭화미술대학)을 졸업한 후 일본에 정착했다. 새로운 형식과 깊이 있는 내용을 동시에 보여주는 작가로서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왕쉬예는 <시공나체ㆍ즉(視空裸體ㆍ卽)>이라는 제목의 연작으로 회화에서의 철학적 품격을 추구해왔다. 그는 우리가 보고 느끼는, 모든 감각은 절대적 감각이 아니라, 인간적 감각이라고 말한다. 꿀벌, 나방, 박쥐, 돌고래가 보는 시각과 우리가 보는 시각은 다르다. 사물의 본질에 가장 가깝게 다가가는 시각이 무엇인지 우리는 확정할 수 없다. 우리가 보는 시각은 인간적 시각일 뿐이다. 왕쉬예는 본질적 시각, 즉 신성한 시각을 시각적 사유로 추정하여 사물과 풍경을 바라보고자 한다. 우리의 인식에 선행하는 존재를 캔버스에 담아내고자 한다. 왕쉬예는 숲ㆍ나무ㆍ동굴ㆍ노변ㆍ실내공간 등 4차원 시공간의 원초적 모습을 추상화한다. 왕쉬예는 이를 가리켜 “시공간의 나체와 즉하다(직접 마주하다)”라고 표현한다. 작가는 대부분 사물을 물결 모양으로 그린다. 물결 속에 모든 사물은 섞이게 되고, 섞이는 가운데 하나가 된다. 사물(현상과 관계)은 고정된 실체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시시각각 변화한다. 타자와의 관계를 통해서만 지속되며, 일시적으로 존재하다가 어디론가 흘러가 버린다는 사실을 작가는 여실히 드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