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id Mystery / Dark Clarity》는 분명해 보이지만 미스터리한 우리의 삶과 어둡기 때문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무언가를 지칭한다. 전자는 김세은의 회화가 보여주는 공간의 세계를, 후자는 유리의 회화로 드러나는 언어의 세계를 지시한다. 우리는 모두 불가해한 현실을 알고 싶어 한다. 그러나 명료하게 해결된 적은 없다. 알고자 하는 시도만이 영원히 거듭되었을 뿐이다.
김세은의 회화는 영원히 변화하는, 생성되고 소멸되다 다시 그 과정을 영원히 거듭하는 과정을 그림에 구성한다. 연기(緣起)는 ‘arising'이라고 번역된다. 사물은 다른 사물이나 시간의 계기, 원인 등과 관련하여 일어나고, 다시 사라진다는 뜻이다. 따라서 모든 것은 실재인 동시에 시간을 압축시키면 사실 비어있는 것이다. 작가가 경주하는 세계 또한 바로 여기에 있다. 유리는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세계를 회화로 나타낸다. 언어는 사유의 발현이다. 동시에 사유는 언어의 뿌리이다. 그러나, 우리 곁에는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따라서 사유할 수 없는) 사건과 정서가 넘쳐난다. 유리는 그러한 사건과 정서를 회화로 담아내며, 인류가 수천 년 동안 구축했던 회화라는 지혜에 기대어 삶의 비밀을 묻는다.
「루시드 미스터리 / 다크 클래리티」 中 발췌 | 이진명 (미술비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