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 킴은 자신의 오랜 삶 속에 녹아 흐르는 잠재의식을 즉흥적인 붓놀림으로 그려냈다. 사전에 어떤 주제나 내용 전개의 구상도 없이, 붓을 움직이는 순간순간에 자유롭게 형상을 탄생시키는 것이다. 노련한 연주가의 즉흥곡에 비유하면 어떨까. 포 킴의 작품은 논리나 합리화에 별로 관심을 두지 않는다. 의식 세계로의 무의식의 침투, 물리적 세계로의 형이상학적 침투, 혹은 양자의 통합으로 치닫는 것이다. 혼돈 속의 질서로 이룩한 거대한 화면. 인간과 동물, 식물 등 모든 생명체가 한데 어우러져 어둠도 슬픔마저도 화평으로 요해한 세계가 아닌가. 그것은 파라다이스 혹은 아르카디아(arcadia)의 세계다. 포 킴은 ‘지상의 낙원’을 그렸다.
- 김복기 | 아트인컬처 대표, 경기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