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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도스(eidos)’를 찾아서: 한국 추상화가 7인 

이봉상 / 류경채 / 강용운 / 이상욱 / 천병근 / 하인두 / 이남규 

 

한국 추상회화의 얼굴


한국 추상회화의 다양한 얼굴을 되짚고, 그 미술사적 위상을 조명한다. 20세기 추상회화를 이끌었던 7인의 작고작가, 194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의 작품을 한자리에 모았다. 동시대미술의 거대한 물결을 공유하면서, 서구 조형어법에 주체적으로 대응했던 한국미술의 유산이다.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 지역 특수성과 세계 보편성…. 이항대립의 인력과 척력을 헤쳐 나갔던 가열한 모색과 천착의 산물이다. 여기, 이 땅에서 펼쳤던 치열한 ‘자기화의 몸부림’이었다. 이 자생의 길은 21세기에 와서 단색화가 국제무대에서 시민권을 획득하는 기적을 낳았다. 한국의 추상회화는 서구 미술의 추상 계보로는 온전히 설명할 수 없다. ‘추상미술=형식주의(formalism)’의 단순한 도식에 결코 가둘 수 없다. 추상이라는 형식과 구조에다 모국주의(vernacularism)적 표현 내용과 정신, 시대 상황까지를 공시적 통시적으로 들춰보아야 한다. 

이 전시는 한국 추상회화의 다양한 양식을 따라잡는다. 형태의 환원과 원시적 비전(이봉상), 순도 높은 시적 정취(류경채), 서체적 충동의 추상 표현(강용운), 서정적 액션의 분출(이상욱), 초현실주의적 신비주의(천병근), 전통 미감과 불교적 세계관의 현대적 구현(하인두), 우주의 질서와 생명의 빛(이남규). 그리하여 이 전시는 한국미술의 지평에 다음과 같은 의제를 던진다. 한국과 서구의 추상회화는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가. 한국 추상회화의 가족유사성은 있는가, 있다면 그 조형적 혈맥의 요체는 무엇인가. 한국 추상회화는 전통을 어떻게 양식의 자양분으로 삼았는가. 동양과 서양 미학은 어떻게 만날 수 있는가. 바로 추상회화의 동도서기(東道西器)를 묻는다. ‘나’와 ‘우리’를 주어로 한국 추상회화의 역사를 다시 써내는 일이다. 

기획자 김복기(아트인컬처 대표, 경기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