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희는 어린 시절 아름다운 정원이 있는 전통 한옥에서 자랐다. 꽃을 매우 좋아한 그녀의 아버지는 정원 가꾸기가 취미였다. 각양각색의 꽃들이 지천으로 피어있는 아름다운 정원에서 뛰어놀며 그녀는 마음속으로 ‘꽃의 왕국’을 꿈꿨을지도 모를 일이다.
조성희는 어렸을 적 마음에 품었던 ‘꿈의 정원’을 주제로 작업을 펼친다. 유년시절에 본 정원이 낙원이라고 한다면, 70대 중반의 노년에 이르러 한 사람의 작가로서 펼치는 현재의 작업은 이른바 ‘복락원(復樂園)’인 셈이다. 조성희는 잃어버린 낙원을 꿈꾼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가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현재의 작업은 다름 아닌 바로 그 잃어버린 낙원을 찾아 떠나는 긴 여행이라고 할 수 있다.
미지의 아름다움을 창조하기 위한 조성희의 지칠 줄 모르는 반복적 행위는 작품 속에 그대로 유입돼 특유의 아우라(aura)를 만들어낸다. 붉은색의 단색화가 됐든, 마치 꽃밭 속의 꽃들처럼 다채로운 색상을 지닌 다색화가 됐든, 조성희가 만든 작품들은 아름다운 정원에 대한 유비(analogy)로써 이를 바라보는 관객들에게 심리적 카타르시스를 가져다줌으로써 치유의 효과를 낳는다.
네덜란드 출신의 탁월한 역사가인 후이징아(Johan Huizinga)가 문화의 본질로 본 ‘놀이 정신’이 조성희의 작업 맨 밑바닥에 깔려 있음을 본다. 그렇지 않다면 그처럼 고된 작업을 장구한 세월에 걸쳐 지속하지 못 했을 것이다. 놀이는 무엇보다 재미가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늘 새로운 작업을 향한 창조의 더듬이를 통해 작업의 반경을 넓혀나가는 조성희의 예술에 대한 열정은 ‘잃어버린 낙원’을 되찾기 위한 끊임없는 놀이의 천착이 아니겠는가? 70대 노령에도 불구하고 불처럼 뜨거운 정열로 창작에 몰두하고 있는 조성희는 단색화에 대한 자신의 독자적인 영역의 구축을 위해 오늘도 정진하고 있는 것이다.
– 「‘잃어버린 낙원(Lost Paradise)’을 향한 회귀 의지」 中 발췌 | 윤진섭 • 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