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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성의 풍경 

한기창 

 

한기창-齊物論적 관점으로본 존재의세계 한기창의 작품은 동양적 감성과 현대적 질료로 조합된 독특함으로 이 시대 새로운 한국화를 제시하고 있다는점에서 주목된다. 폐기된 엑스선 필름을 화면으로 삼고, 금속성 스테이플을 붓으로, 라이트조명이나 비디오카메라 영상을 채색의 도구로 삼는다 한기창은 손상된 뼈들이 드러난 엑스선 필름을 오려서 꽃과 새를 만들고 그것을 라이트박스안에서 화사하게 부활하는 화조화의 형상으로, 섬뜻하면서도 기이한 아름다움으로 감상자들과 화단의 주목을 받아왔다. 이번 전시에도 2층 전실에 엑스선필름으로 만들어진 라이트박스가 설치되었다. 이전과 다른것은 화조의 범위를 넘어 산수, 인물, 빌딩등 다양한 소재로 확장된것이다. 한기창의 엑스선필름작업은 절단되고 손상된 뼈들의 필름을 오려서 또다른 형상을 만들어 새로운 생명체로 다시태어나게 하는 방식이다. 이것은 작가가 손상된 뼈들도 하나의 생명체였음을 주장하고 그 소멸이나 생성의 가치가 동일함을 발언하는것이다. 또한 엑스선 필름을 그림의 창조적 재료로 사용함으로서 필름의 독자적 생명성을 주장하고 있다. 이런 작가의 사유태도는 莊子의 齊物論적 관점에 동의 하고 있음을 볼수있는데 흥미로운것은 “ 일체의 사물이 동동한 가치를 지닌다”는 장자의 관점을 과학적도구들에게 확장시키고 있다는것이다. 폐기된 엑스선필름들은 작가의 손을 통해 당당히 나비나 꽃 ,다양한 풀들이나 산과 나무, 숨쉬는 인물들로 다시 태어난다는것이다. 그의 화면에서 생명체와 무생명체는 모두 동등한 가치를 지니며 과학의 눈부신 성과나 들판의 가냘픈 풀한포기의 존재성이 동일하게 존재한다. 3층은 스테이플로 제작된 작품들이다. 스테이플로 정교하게 조각하듯 찍어서 산수나 풀발들을 그리고 비디오카메라 영상을 통하여 움직이는 나비가 날아다니는 화면을 연출하고있다. 胡蝶之夢의 境界를 회화적으로 새롭게 구현한 작품이다. 내가 꿈속에서 나비가 되고 깨어보니 나라는 존재로 돌아왔듯이, 인간과 나비는 만물의 세계에서는 동등한 가치의 존재로서 내가 나비이며, 나비가 곧 나인것이 이 우주의 이치인것이다. 금속성의 스테이플로 이루어진 산수나 풀밭들은 영상속의 허상의 나비의 움직임처럼 실제의 생명체는 아니나, 우리의 시각과 감성에서 그것은 자연의 형상으로 읽힌다. 그러므로 이 작품들에서 스테이플은 단지 금속재료가 아니라 산이나 나무들을 숨쉬게하는 바람이거나, 수분이거나, 미세한 미생물인 자연의 재료들이다. 여기서 스테이플은 엑스선필름처럼 또다른 생명체를 발아할수 있는 동등한 위치의 무생물이다. 1층의 전시작품들은 이번에 새롭게 시도된 새로운 화면들이다. 이전보다 평면을 추구하고 보다 회화적방법을 구사하고 있다. 오리기방법을 사용하여 형상을 만드는 독특한 방식으로 화면을 만들고 있다. 제작방법을 보면 花鳥畵의 형식속에 다양한 그림을 배치하거나, 커다란 肖像畵안에 또다른 그림들을 배치하였다. “그림속에 그림”을 연출하고 있다. 동양화의 전통적분과중 하나였던 화조화양식속에 이 시대 일상의 사건들이 들어가 있다. 남자와 여자. 현란한 고층건물, 자동차등이 그것이다. 초상화양식속에는 온갖 자연물이나 동물들, 광화문에 우뚝서있는 이순신동상등이 서있다. 전통과 현대의 차이없는 중요한 가치들을 함께 섞어놓으음로서 문명과 진보에 대한 진지한 질문을 던진다. 여행가방이 등장하는 또다른 오리기 작품은 동양과 서양의 소통, 전통과 현대의 소통에 대한 유목적 물음이다. 이 시대의 여행은 풀씨하나가 우주를 떠돌면서 우연히 정착하고 생명체를 드리우는 작은행동과 동일한 가치이다. 하나의 여행가방은 수많은 문명의 풀씨이다. 한기창의 오리기작품은 이런 하나하나의 풀씨들이 모여 하나의 거대한 인물상을 만들고 거대한 화조화를 만든다 이런 한기창의 오리기작업은 형태를 오려버리면서, 그러나 버려진공간으로 다시 형상이 만들어지는 이중의 구도로, 形象과 無形象의 동일함을 추구하는것이데, 이것은 보이는것과 보이지않는것의 동등함을 주장하는, 사물에 대한 그의 시각적태도의 발현이다 이번 전시에서 한기창은 세가지 조형방식으로 작품을 만들고 있으나 근본적인 작가의 사유태도는 동일하다. 즉 제물론적 관점에서 세상을 읽고 그림을 제시한다. 그의 조형행위는“ 일체의 사물은 동등한 가치를 지닌다”는 세계에서 모든 것의 존재를 규명한다 예술작품의 조건중 하나는 새로워야 한다는것이다. 한기창의 작품은 새로운 시도들로 가득차있다. 그러나 새로운 가치들이 폄하하는 지나간것들에 대한 존중이 그의 화면에서 이 시대의 감각으로, 또다른 새로움으로 화려하게 발아하는것이 한기창 작품세계의 흥미로운 점이다 또한 이 시대의 복합적인 문화코드와 동양적 정체성이 어떻게 조우할수 있는지 하나의 이상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그의 행보가 주목된다. 길은 사람이 걸어다니면서 만들어지고 사물은 사람들이 그렇게 이름붙여서 존재의 대상이 된다. 한포기의 이름없는 풀들과 새나 나비들, 진화하는 문명적 도구들이 모여 동일선상에서,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빛을 발하는 한기창의 작품세계는, 이 시대의 감상자들에게 신선한 회화적 물음을 선사하고있다. 

장정란(미술사,문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