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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용: 도넛 피어 

김재용 

 

김재용은 도자라는 고전적 재료와 기법을 사용하기는 하지만 ‘공예’를 규범적으로 이해하는 한 ‘공예’라고 정의할 수 없는 대상을 생산하고 있다. 좀 더 너그러운 입장에서 흙으로 무엇인가 만든다는 행위와 과정을 ‘공예’ 문화에 편입시킨다면 그의 작업을 ‘공예’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김재용의 작업이 ‘공예인가? 미술인가?’ 하는 질문은 무의미하다. 이 질문은 그의 작품의 가치를 측정하거나 더 잘 이해하기 위한 필요조건이 아니다. 다만 확실한 것은 김재용의 작품이 한국에서 도자와 공예, 나아가 미술이라는 분야를 보다 폭넓은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는 점이다. 김재용의 작업은 ‘과연 공예란 무엇일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관해 더욱 확장된 시각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동시에 ‘그렇다면 미술이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라는 질문에도 짓궂은 미소로 답할 수 있다.

 

김재용의 작업은 미술관, 지역축제, 연예인 집의 앞마당, 힙스터 카페, 쇼핑몰, 미술관의 기념품 가게, 지역 회전교차로의 미술 장식품을 위한 자리, 아파트의 거실 벽 면 등 어느 자리에도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범세계적 인간의 기억 소환을 통한 심리학적 연구 결과는 <도넛>이라는 한 형식으로 보편성을 획득하여 우리의 시간과 공간의 곳곳에 스며들고 있다. 앞으로 그 범위는 점점 더 확장될 것임이 틀림없으며 이것은 일관성 있게 입증되고 있다. 김재용의 <도넛>은 상상력, 유머, 그리고 밤하늘의 별처럼 빛나는 장식을 통해 오늘날 절대적 긍정과 냉소주의를 동시에 초월하고 있다.

 

이방인의 심리학』 中 발췌 | 조새미 (미술비평가, 미술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