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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림: Nature Meets Nature, Art Meets Art - 숲의 사색 

 

 

채림은 자연을 노래하는 음유시인이다. 작품에는 짙은 녹음의 숲과 조용한 연못이 있고, 어스름한 저녁 풍경이 등장한다. 수줍은 듯 살짝 고개를 내민 야생화들도 볼 수 있다. 들꽃과의 눈인사, 입맞춤에 이어 숲과의 속살거림이 화면을 채운다. 작가는 초목과 짐승들을 감동시킨 오르페우스(Orpheus)처럼 자연의 노래를 연주하며 그의 벗을 우리에게 소개한다.

그의 작품에서 두드러진 부분은 식물성 이미지이다. 화면 곳곳에 덩굴인지 나뭇잎인지, 또는 나뭇가지인지 뚜렷하지 않은 선들이 서로 교차하고 엉키고 겹치며 미끄러지는 등 여러 표정을 짓는다. 화면을 부유하는 생태 이미지들은 화면을 장식하며 덩굴처럼 주위로 퍼져가는 확장성을 띤다. 처음에는 아주 작은 것에서 출발하였지만 점차 반경을 넓혀가며 급기야 거대한 흐름으로 바뀐다.

근래 작가는 국내에서의 전시뿐만 아니라 뉴저지 프린스턴 갤러리, 파리 BDMC 갤러리, 뉴욕 에이블 파인아트 갤러리 개인전을 소화해냈는가 하면 뉴욕 아트 엑스포에서솔로 어워드를 수상하는 등 활동의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 올해에는 사치갤러리가 주관하는스타트 아트페어에 선정되어 발표의 기회를 갖기도 했다. 이처럼 작가가 여러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것은 우리나라 문화의 우수성을 널리 알린다는 점에서 긍정적일 뿐만 아니라 공예기법을 이용하여 얼마든지 훌륭한 미술작품을 만들 수 있음을 보여준다.

작가의 식물성 이미지를 보고 있자면 일상의 찌듦과 분주함의 자리에 어느새 서정의 자락이 내려앉은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그의 작품은 나무숲 사이를 걷다가 한적한 곳에 핀 꽃을 만났을 때의 반가움처럼 자연과의 조우, 생명과의 조우를 수반하고 있다. 이런 만남은 보는 사람에게 예기치 못했던한 다발의 설렘과 기쁨을 선사해주리라 생각된다.


「채림, 숲의 사색」 발췌

서성록  l  안동대 교수, 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