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an-Pierre Raynuad 25 June - 15 July, 2008 장 피에르 레이노(67)는 화분 작품 ‘Le Pot’ 시리즈를 통해 30여 년간 재생과 치유의 미학을 선보여온 프랑스 출생의 세계적인 조각가이다. 시멘트로 속을 메워버린 레이노의 화분은 아버지를 앗아간 제2차 세계대전 후의 암울함에 대한 슬픔과 분노의 표현이었다. 항상 그의 주변에 있는 오브제로서 하나의 생명을 심고 키우는 작은 공간이자 우주인 화분을 통해 그는 존재의 내적 의미를 드러내고자 하였다. 레이노의 화분 작품은 이후 국기, 백색 타일, 페인트 통 등 여러 다른 오브제로 변형되었다. 그는 이처럼 ‘자전적 모험의 시각에서 발전시킨 오브제의 전유 방식’을 즐겨 사용해왔으며 그 속에서 각각의 오브제가 담고 있는 기호의 힘을 강조한다. 그 연장선 위에서 그는 ‘단어’ 시리즈를 새로이 시작하였다. 단어는 가장 명백하며, 가장 강력한 기호이다. 단어 하나로 우리는 수많은 이미지들을 떠올릴 수 있다. 그중에서도 이름은 특히 고정관념을 불러일으키기 쉽다. 이름이 특정한 정보를 갖게 된 이후에는 그것을 다른 방식으로 볼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레이노가 선택한 단어들은 ‘예술(ART)’ 그리고 피카소(PICASSO), 모네(MONET), 고갱(GAUGUIN)과 같은 유명 화가의 이름이다. 우리는 ‘모네’라는 단어를 보는 순간 지베르니 프로젝트의 산물인 수련을 떠올리게 된다. 레이노는 이처럼 화가들의 이름이야말로, 의식하든 의식하지 못하든 간에 창조의 과정에서 품을 수 있는 욕망을 상징하는 로고에 상응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이번 전시에는 레이노의 ‘단어’ 시리즈가 처음 공개된다. 더불어 작가가 한국 전시를 위해 제작한 백색 화분 작품 과 함께 신호등을 연상시키는 빨주노초 원색의 페인트 통 시리즈 ‘Peinture’를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