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구 작가는 1987년 첫 개인전 이래 개인전11회 및 많은 초대전과 단체전을 열어오며 한국화를 통해 도시의 감수성과 미의식, 삶의 공간을 포착하는 시도를 꾸준히 해왔다. 또한 그는 한국화가로서의 정체성에 대해 특히 민감한 자의식을 드러내는 지적인 작업으로 한국화단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이번 전시에서도 작가는 산과 물(즉 ‘산수’)을 통해 한국화의 전통을 해석하는 현대 작가로서의 정체성과 기원에 대해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
강경구 작가는 학고재 본관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 전통적인 지필묵 대신 아크릴 물감으로 두텁고 거칠게 캔버스를 채운 <북한산> 연작, <물> 연작 총18점을 내놓았다. 18년 전 작가는 <인왕산> 연작으로 겸재 정선의 주체적 산수에 존경을 보낸 바 있다(작가는 간송미술관에서 10여 년 동안 연구원으로 재직하며 이론과 실기를 함께 닦은 이력이 있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겹겹의 터치로 표현한 ‘산과 물 그리고 인간’은 그 같은 새로운 자각과 정체성의 원류를 찾는 작가의 분투로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