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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잊혀진 약속들 

마리킴 

 

학고재상하이는 2015년 5월 29일부터 7월 5일까지 팝아티스트 마리킴의 중국 첫 개인전 “잊혀진 약속들 Forgotten Promises”를 개최한다. 

팝아트는 광고, 상표, 만화, 영화, 사진 등의 대중적 이미지의 재현으로 현대인의 감수성을 의식화한다. 또한, 현대 미술의 보편적 특성이라 불리는 추상적 표현주의와 철학적 성찰을 요구하는 엄숙성과는 상반되는 경향을 지니고, 공식화된 미술의 규범에서 벗어나 개방적이고 매 순간 새롭게 태어나는 미래 지향적 예술을 추구한다. 그렇기 때문에 팝아트는 종래 순수미술의 영역에서 소외되어 온 일상의 이미지를 포괄하고 물질과 정신, 고급문화와 대중문화, 무거움과 가벼움, 실재와 환상, 내부와 외부 등이 혼재한 이질적인 세계를 창조해오고 있다. 특히 최근의 팝아트는 컴퓨터를 통해 급속도로 발전을 거듭한 테크놀로지와 미디어를 결합하고 만화, 회화 그리고 기술을 합성한 가상 리얼리즘을 보여주는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마리킴은 이러한 시대의 소산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그 안에서 자신만의 독특한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한류를 이끄는 유명 아이돌(Idol) 그룹 2NE1의 캐릭터와 뮤직비디오를 제작(2011)하면서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그녀의 캐릭터는 Idol과 같은 발음의 Eyedoll이라 명명되어졌다. 아이돌(Idol)의 원 뜻은 우상(偶像)이다.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우상은 인위적으로 만들어 놓은 신의 형상으로 “복제본”이란 뜻이다. 작가의 작품 속에는 Eyedoll이란 이름의 복제된 소녀들이 각기 다른 분장을 하고 등장한다. 공장에서 제작된 로봇 혹은 바비인형처럼, 동일한 프로세스로 같은 얼굴을 가지게 된 소녀들은 각기 다른 옷을 입고 자신은 유니크한 작품, 즉 원본이라고 주장한다. 이것은 보드리야르가 말한 원본이 없는 복제, 시뮬라크르(Simulacre)라고 말할 수 있다. 시뮬라크르의 세계에선 복제가 원본이 된다. 우상이 곧 신이 되는 것이다.

이번 “잊혀진 약속들 Forgotten Promises” 전은 신이 된 Eyedoll을 통해 메타포이자 상징으로 재탄생된 중국 근현대문화사에 대한 노스탤지어와 그리움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학고재상하이는 상하이 개관 이래 미술사의 맥락에 입각하여 각국의 1세대에 속하는 작가들의 전시(백남준을 상하이에서 만나다., 십분의 일초: 마류밍, 생성의 자유 등)을 다루어 왔다. 이번 전시는 현대미술에서 비교적 최근의 이슈인 네오팝 성향의 젊은 작가의 이야기이다. 학고재상하이는 이 전시를 통해 예술과 상업, 예술과 일상의 경계에서 새로운 형식의 미학을 탐색하는 작가의 의도를 엿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