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고재갤러리는 10월 15일부터 11월 9일까지 조각가 정현 개인전을 갤러리 본관에서 개최한다. 작가의 열일곱번째 개인전이자 학고재갤러리에서의 두 번째 개인전이기도 한 이번 전시에는 입체 조각과 드로잉 작업이 함께 전시된다.
정현은 재료에 지나친 변형을 주지 않는다. 오히려 작가는 재료와 조응하고 재료가 가진 특성을 잃지 않도록 작업한다. 작가가 선택한 재료는 주로 버려진 철물이다. 작가는 폐기 철물이 품고 있는 힘을 표면 밖으로 끌어내는 것에 주력한다. 그는 버려지고 낡아 남들이 거들떠보지 않는 침목(枕木), 석탄, 아스팔트 콘크리트, 잡석 등의 재료들 속에서 인간의 진정한 모습을 끌어낸다. 이러한 점은 그의 드로잉에서도 엿볼 수 있다. 작가는 주로 콜타르(coal tar) 또는 오일바(oil bar)를 사용하여 작업한다. 이 안료들로 그려진 거칠고 날카로운 결들을 통해 작가는 이미지의 형태가 아닌 재료의 존재감을 전달한다.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조각 작품들은 거칠고 물에 닿아 녹슬어 버린 철물에서 드러나는 질감과 같이 재료가 가진 있는 그대로의 성질을 가감없이 보여준다. 또한 관객들은 혹독한 시련 후 아름다움을 지닌 힘과 무게감을 체험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