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복잡해졌다. 그 속에서 우리의 삶도 복잡해졌다. 넘치는 정보와 논리, 관계들이 있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진실 혹은 실체에 다가서는 길은 더 멀고 험해져만 간다. 이성과 논리가 효과적으로 제공해주지 못하는 ‘올바른 판단’ 에 대한 갈증과 거기서 야기되는 불안 때문인지 ‘직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대상으로부터 어떤 근본적인 것을 단숨에 확실하게 파악하는, 자각하지 못하는 사고 활동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 직관이 재평가되고 있다.
직관은 대상을 전체적이고 통합적으로 인식하는 데 꽤 유용하다. 그리고 ‘합리성’이 채우지 못하는 부분을 보완한다. 생각해보면 예술작품이야말로, 지극히 직관적 인터페이스이기 때문이다. 작품 발상의 그 순간에 직관이 작용한다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직관은 작품과 관객이 만나는 순간에도 작동하여 대상이나 인간 안에 내재해 있는 것을 끌어낸다. 콘라드 피들러는 “예술적 재능의 본질은 직관적 파악 능력을 가지고, 혹은 그런 능력을 위해 태어났다는 점에 있다. 예술가에게 직관은 그밖에 있는 어떤 외적 목적에 복무하지 않는, 그 어떤 것에도 사로잡히지 않는 자유로운 직관이다.”라며 예술의 본질을 직관 능력에서 찾았다.
‘직관’ 전시를 함께한 열일곱 명의 작가들은 작업의 주제의식뿐 아니라 작업을 풀어나가는 방법에 있어서도 각기 다른 면모를 보인다. 이 전시는 예술을 매개로, 세상을 인식하는 수단으로 부각되고 있는 직관의 실체를 파악해 보자는 일종의 제안이다. 나아가 직관을 화두 삼아 예술가가 작업에 임하는 자세, 관람객이 작품을 감상하는 자세에 대해 되짚어 보면서 작업을 매개로 이루어지는 관계와 그 목적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자는 바람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