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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주름 

안종연 

 

 

 

학고재는 2010년을 여는 첫 전시로 ‘시간의 주름 Groove of Time’ 展을 개최한다. 이 전시는 사단법인 문학사랑과 대산문화재단이 2004년부터 6년 동안 진행해온 ‘문학과 미술의 만남’ 그 20번째 전시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나이를 잊고 활발한 창작활동을 하는 두 작가 박범신과 안종연이 만났다. 안종연은 박범신의 소설 <주름>, <고산자>등에서 모티브를 얻어 문학 언어를 평면과 입체, 그리고 영상과 설치에 이르는 시각언어로 형상화한 작품 60여 점을 학고재 본관과 신관에서 선보인다.


생명 하는 모든 존재를 향한 헌사 – 시간의 주름


 “나는 시간의 주름살이 우리의 실존을 어떻게 감금해 가는지 진술했고, 그것에 속절없이 훼손당하면서도 결코 무릎 꿇지 않고 끝까지 반역하다 처형된 한 존재의 내면 풍경을 가차 없이 기록했다고 생각한다.” – 박범신 작가의 말 中


박범신은 <주름>을 통해 사라져 가는 모든 것들, 소멸하는 존재에게 헌사를 바쳤다. 그것은 인간의 삶과 죽음이라는 숙명을 통해서 나온 ‘시간의 주름에 관한 기록’이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 놓인 인간 존재에 관한 방대한 저작 속에 담긴 시간성의 문제는 시각예술가 안종연 또한 늘 고민하고 있던 화두였다. 안종연은 전시에 앞서 그 제목을 ‘wrinkle of time’ 아닌 ‘groove of time’으로 정했다. 주름을 직역한다면 ‘wrinkle’(주름)이지만 ‘groove’(홈)를 사용함으로써 단순한 시간의 흐름을 넘어 시간의 깊이까지 표현하고자 했다. 그리고 박범신이 문장으로 써 내려간 생멸하는 모든 존재들에게 바친 ‘시간의 주름’을 시각화하기 시작했다. 이번 전시는 두 작가가 성찰한 ‘시간의 주름’을 보고 듣고 느끼는 공감각적 명상의 자리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