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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우는 행복-김원숙의 흑백그림들 

김원숙 

 

김원숙 선생은 자신의 삶 속에서 경험하며 상상하는 세계를 마치 일기를 쓰듯 담백하게 독백하듯 그려내는 작가이다. 그의 그림들은 흐르는 듯한 유동적인 필법과 원색조의 그림양식으로 마치 동화처럼 누구에게나 쉽게 와닿는다. 그래서 김원숙의 그림들은 개인적인 일상과 때로는 신화나 민화에서 차용한듯한 이미지들을 통해 독특한 상상력과 잊혀진 기억을 환기시키는 서정시적 감성을 보여준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그림들은 극히 개인적인 내면의 일상들로 보여지지만 거기에는 인생에 대한 메타포와 삶의 신비가 담겨있다. 이번 전시, 《비우는 행복-김원숙의 흑백그림들》은 김원숙 선생이 그동안 발표했던 원색조의 작품들과는 달리 흑백그림들만 선보이다. 이 흑백그림들은 김원숙 선생 작업의 근원을 이루는 것들로 이번 전시는 김원숙의 작품세계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또한 이 흑백그림들은 서양화의 여러 재료를 이용하여 수묵화가 가지는 느낌을 표현한 것으로 한국적 전통의 새로운 접근을 보여드릴 것이다. 이번 전시는 크게 네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하나는 흑백 대작들로 ‘지팡이를 든 남자’시리즈, ‘나그네’시리즈, ‘천개의 산’시리즈, ‘Hunger'시리즈 등으로 작가가 그동안 작업해왔던 작품들의 근원들을 조망할 수 있는 작품들이다. 특히 ‘Hunger'시리즈는 작가가 유진벨 재단을 통해 북한의 기아실상을 보고 모티브를 얻은 것으로 굶주림을 통해 인간의 존엄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김원숙 선생은 기아로 허덕이는 북한 주민을 돕기 위해 그동안 여러 차례 현지를 방문, 다양한 실천활동을 펼쳐왔다. 두 번째는 미당 서정주 선생이 치매 예방을 위해 아침마다 1,000개의 산이름을 외운다는 것에서 연유하여 제작된 ‘천개의 산’ 시리즈로, 작가는 1,000개의 작은 산에 작은 소망들을 담았습니다. 다음은 ‘집’시리즈이다. 집이란 무엇인가를 담는 공간으로 작가는 이 작은 집에 소망, 감정, 느낌, 생각 등 내면세계에서 생기는 여러 가지 것들을 담아 집이 지니는 조형성을 그려내고 있다. 마지막은 드로잉 작품들이다. 드로잉이란 그림을 그리기 위해 제일 먼저 그리는 밑그림이다. 특히 드로잉이란 작가의 상상력이나 작가가 가지고 있는 작품에 대한 이미지를 제일 직접적으로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드로잉은 그 자체만으로도 훌륭한 작품이다. 이처럼 드로잉은 유화, 아크릴화 등 모든 그림들이 태어나는 작품의 근원이 되는 것이다. 이처럼 수묵적 표현을 현대적으로 그려낸 작품들은 앞에서 언급한 네 가지 주제별로 아트스페이스 서울․조선일보미술관․학고재 세 곳에서 각기 구성되어 전시된다. 조선일보 미술관에서는 ‘굶주림’시리즈를 비롯한 각 시리즈의 흑백대작들 10여점이 전시되어 이 시대 우리 민족의 역사적 좌표와 김원숙의 작품세계를 집중 조명하며, 학고재에서는 미당 서정주 선생이 치매예방을 위해 매일 외운다는 1,000개의 산이름에서 모티브를 가져와서 제작한 산그림 주요작품 백여 점이 전시된다. 그리고 아트스페이스 서울에서는 수묵 드로잉을 비롯한 아크릴, 유화 등 온갖 재료들을 사용하여 흑백의 이미지를 표현한 최근작 20여점과 집시리즈가 전시된다. 《비우는 행복-김원숙의 흑백그림들》에서는 모노톤으로 담담하게 그려낸 작가의 휴머니스트적인 고백과 한국적 정서와 표현, 그리고 그의 예술세계 근원까지 볼 수 있는 전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