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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자展 

김희자 

 

서울과 뉴욕을 오가며 작품활동을 해온 김희자 선생은 자신의 삶에서 비롯된 경험과 생각들을 신비스러운 형상으로 구체화하는 작업을 선보여왔다. 기존에 선생이 해 온 작품들은 크게 판화와 유화로 나눌 수 있지만, 좀더 세분하여 볼 수 있다. 선생의 초기작은 유채를 사용한 작품들이 주를 이루며, 그 뒤 동판과 엠보싱(embossing)에 의한 판화에 치중하였다. 또한 사각의 형상화된 캔버스에 오브제를 부착한 종이작업이 시도되었다. 이밖에도 밑그림이었거나 완성된 작품으로서의 드로잉과 무대 설치작업들이 있다. 이렇듯 작가는 매체를 다룸에 있어 다양한 이력을 소유하고 있다. 이러한 형식실험에 대한 열의는 작업에 대한 작가의 치열함을 드러내는 부분으로도 이해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다양한 외형적 변화와는 대조적으로 김희자 선생의 작업은 일관된 주제를 지니고 있다. 이는 선생의 사고체계나 세계관과 밀접한 연관을 가지고 있다. 작가에게 니체류의 실존주의와 종교로서가 아니라 인식체계로서의 선불교는 철학적 토대이자 영감의 원천이기도 하다. 이를 토대로 선생은 ‘나를 찾아서’란 초기의 작업들에서부터 실존적 문제에 대해 물음과 나름의 답을 반복하는 일련의 작업들을 해왔다. 선생의 작업에서 ‘구멍’이나 ‘거울’ 등은 모든 것은 공허한 것이고 의미를 찾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실존적 사유를 드러내는 표현의 특징들이기도 하다. 이번에 선보이는 작품 중 〈구름마을〉은 〈매일 자신으로부터 떠나는 사람〉, 〈깨달음을 얻은 겨울나무〉, 〈빛의 씨가 자라는 곳〉이라는 독립된 세 개의 작품이 모여 하나의 전체를 이루는 설치이다. 이 작품들은 정삼각형의 형태를 하고 있다. 작가에게 세 개의 모서리를 가진 삼각형은 불안함과 완전함이 대치하고 있는 욕망의 형태로 간주된다. 〈구름마을〉에서 각각의 삼각형은 인간과 자연 그리고 우주를 담고 있으며 이는 거울이 지닌 반사효과와 어우러져 환상적 공간을 만들어 낸다. 그러나 이러한 환상 공간이 갖는 매혹적인 현존은 단지 텅 빈 공백을 메우고 있는 허상 이상의 의미를 지니지는 못한다. 〈구름마을〉은 실체와 그림자, 그림자와 허상, 허상과 욕망이라는 대응항들 간의 갈등과 모순을 풀어가는 과정의 작업으로 생각된다. 또한 이번 전시에서 김희자 선생은 선생에게 중요한 철학적 지침서의 역할을 했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시각언어로 풀어내고 있다. 〈짜라투스트라의 마지막 시간〉, 〈천 한 개의 목표〉,〈완전한 세계의 오후〉, 〈불꽃의 혀로 알리다〉, 〈허구를 묻고 떠나는 시인〉등은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서사들을 재해석한 작품들이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뿌린 평화로운 빛의 씨를 통해 삶에 대한 따뜻한 여운들을 간직할 수 있는 시간이 되리라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