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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고제 건물사진

학고재(學古齋)는 1988년 아시아의 경제 중심지 서울에서 문을
열었다. 학고재는 급속한 성장을 거듭해온 한국의 미술시장을
주도해 왔을 뿐 아니라, 한국 미술이 동시대 세계 문화 속 에서 어떻게
어우러지고 성장해야 하는지 그 방향을 제시해왔다.

2013년 상하이 예술특구 모간산루에 「학고재 상하이」의 문을 연 것도
학고재의 이 같은 역할과 잠재력을 보다 국제적인 면모로 확장하기
위한 것이다.

학고재라는 이름은 논어(論語)의 「옛것을 배워 새것을 창조한다
(溫故而知新)」는 이념에서 따왔다. 옛것을 배운다는 것은 단순히
과거에 대한 지식을 쌓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근대화에 뒤져 식민지 경험을 하고 남북분단의 비극을 겪은 한국에서 옛것을 배운다는 것은 무엇보다 처절한 자기반성을 동반하는 것이다. 그 바탕 위에서 당당하게 자신을 열어 세계의 문화 흐름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것이 온고지신의 정신이다. 그 이념과 지향이 오늘날 학고재를 전통과 현대, 지역과 세계를 잇는 매우 독보적인 갤러리가 되게 했다. 학고재의 정체성은 그동안 해온 전시를 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학고재는 개관 이래 지난 4반세기 동안 2백 회가 넘는 크고 작은 전시회를 열면서 무엇보다 옛것과 새것의 교감에 관심을 기울여왔다. 지금 새롭게 펼쳐지는 것 가운데 과연 '옛것'으로 오래 살아남을 수 있는 게 무엇인지 통찰하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이와 같은 노력이 학고재의 정체성을 이루는 것이기도 하지만, 학고재가 한국과 중국, 나아가 세계의 미술시장에서 책임 있는 문화기관으로서 해야 할 중요한 역할이기도 하다. 학고재가 개관 초기에 <19세기 문인들의 서화>(1988), <조선 중기의 서예>(1990), <만남과 헤어짐의 미학>(2000), 등의 고미술 전을 연 것은 이 비전과 역할에 대한 초석을 놓은 것이라 할 수 있다.

학고재는 전통적인 철학과 정신을 현대미술의 어법으로 새롭게 재해석한 선구자들의 전시를 꾸준히 선보여 왔다. 그 대표적인 면면이 바로 비디오 아트의 창시자 백남준 전(2014년 상하이, 2015년
서울), 일본 모노하의 주창자 이우환 전(2008년), 한국 단색화의 대표작가 정상화 (2007년), 이동엽 (2008년) 전, 한국 페미니즘 미술의 대모 윤석남 전(1997년, 2009년, 2013년), 퍼포먼스 아트의 핵심 마류밍 전(2014년 상하이, 서울), 중국 현대 수묵의 대가 자유푸(2006), 티엔리밍 전(2014년 서울) 등이다. 이들 전시는 거장의 역작에 담긴 예술적 위광을 유감없이 드러냈고, 한국과 중국에서 학고재의 위상을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되었다.

학고재가 독보적인 갤러리로서 그 차별성을 획득한 데는 한국의 민중미술을 적극 후원한 것도 큰 몫을 했다. 한국의 1970년대와 1980년대는 경제성장과 함께 민주화의 실현이 요구되던 때였다. 이때 군사정권에 항거하며 태동한 미술이 이른바 「민중미술」이다. 학고재는 상업화랑으로는 처음으로 민중미술의 대표작가인 오윤, 신학철, 강요배, 이종구 등의 전시를 열었다. 이 미술운동은 요즘 한국 밖에서도 세계 현대미술사의 의미 있는 성취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여러 역경에도 불구하고 「시대의 표현」으로서 예술을 중시한 학고재의 혜안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학고재는 시대의 변화와 추세를 통찰하며 현대미술의 새 장을 열어가는 이 시대의 프론티어들에게도 지대한 관심을 기울여왔다. 권부문, 송현숙, 이용백, 이세현, 서용선, 정현, 조환, 홍경택,
진마이어슨 등이 그 작가들이다. 이 예술가들 중 일부는 베니스 비엔날레나 광주 비엔날레 등 세계적인 비엔날레에 초대되어 호평을 받았고, 아시아와 유럽 등지의 중요한 미술관에서 전시를 했거나
예정되어 있다.

국제적 명성을 쌓은 대가들의 진취적인 작품을 한국과 중국에 소개하는 것도 '온고지신'을 위해 중요하다고 생각해온 학고재는 이 활동 또한 게을리 하지 않았다. 프랭크 스텔라, 도널드 저드, 로버트 맨골드, 리처드 터틀, 아그네스 마틴, 로버트 라이먼 등 미국의 주요 미니멀리스트들로 구성된 <풍경으로서의 미니멀회화 >전(1997)을 기획한 것이나, 개관 20주년 기념으로 로랑 헤기 프랑스 생테티엔느 미술관 관장 기획 하에 이우환, 로만 오팔카, 주세페 페노네, 권터 위커가 참여한 <센시티브 시스템 >전(2008)을 개최하고, 상하이 하오미술관 윤재갑 관장의 기획하에 정상화, 하종현, 이우환으로 구성된 <생성의 자유>전(2014)을 선보인 것도 그런 노력의 일환이었다. 그 밖에 르 코르뷔지에, 장 피에르 레이노, 베르나르 프리츠, 장후안 등 세계 미술계의 거장들의 작품을 꾸준히 소개해오고 있다.

학고재는 유능한 한국과 중국의 작가들을 해외에 알리고 외국의 역량 있는 작가들을 유치하고자 해외 아트페어에도 열성적으로 참여해왔다. 아트 바젤 홍콩은 2008년 제1회(당시는 홍콩 아트페어)부터 2015년 현재까지 빠짐없이 참여하고 있고, 스페인의 ARCO를 비롯하여 미국 아트 시카고, 프랑스 파리 드로잉 페어, 중국 아트베이징, 영국의 아트 런던 등 각국의 특색 있는 아트페어에도 꾸준히 부스를 마련해왔다.

학고재는 하나의 스테이션(정거장)이었다고 할 수 있다. 과거와 미래가 교차하고, 동양과 서양이 소통하며, 지역과 세계가 연결되는 곳이 학고재인 것이다. 두 세계를 잇는 스테이션으로서 학고재의 특성은 건물에도 그대로 반영이 되어 있다. 1995년에 리모델링한 삼청동 학고재의 본관 건물은 옛것을 상징하는 전통 한옥으로, 2008년에 개관 20주년을 맞아 신축한 신관은 21세기의 건축 양식으로 그 개성을 자랑한다. 앞에는 어제의 교훈을 되새기는 건물, 뒤에는 오늘의 모색이 숨 쉬는 건물이 마주하고 있어 우리가 창조해야할 내일의 모습을 가늠하게 한다. 학고재는 미술의 불가사의한 법칙을 믿는다. 창조의 세계란 늘 당대의 논리와 상식의 틀을 벗어난다. 학고재는 불가사의한 법칙으로 우리에게 새로운 깨달음과 감동을 주는 작가들에게 언제나 열려 있다. 미래를 열어갈 작가들과 동고동락하며 세상에 예술적 창조에 기초한 통찰과 희망, 확장의 기쁨을 더하기를 열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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