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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화

 

정상화는 한국 단색화의 거장이다. 1932년 경북 영덕 출생으로 서울대학교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후 67년 일본을 거쳐 77년 파리로 이주하였다. 시각적인 요소를 최대한 축소하고 재료의 물성을 통해 철학적 성찰에 다가가는 그의 예술은 서구의 미니멀리즘을 수용하면서도 물성과 정신성이 하나가 된 생성적 공간으로 독특한 동양적 정서를 보여주고 있다.


정상화의 작품은 ‘뜯어내기’와 ‘메우기’로 창조되는데 그 과정은 다음과 같다. 먼저 약 3-4mm 두께로 고령토와 접착제를 섞은 징크 물감을 캔버스에 초벌로 칠한 후, 완전하게 마르면 캔버스를 가로세로로 접어가면서 바둑판무늬의 균열을 만들고, 선택한 부분의 물감을 하나씩 떼어낸다. 그 자리에 다시 아크릴 물감을 몇 겹으로 채워 넣어 스며들거나 뭉치게 하며 이 과정을 수없이 반복한다. 각기 다른 물감의 누적은 화면에 불규칙한 형태의 굴곡을 준다. 화면은 비어있으면서도 동시에 꽉 차있다. 결국, 그의 모노톤은 단순성을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단색이 가질 수 있는 다양성을 보여준다.


철저한 계산과 고도의 수행성을 요구하는 그의 작업은 일관성 있게 몇 겹씩 쌓아야만 완성되는 반복적인 제작과정을 중요시한다. 작업의 행위 자체가 작품의 의미다. 정상화의 작업은 현대인의 반복적인 삶과 그 너머의 근원적이고 철학적인 의미를 찾아 나가고자 하는 노력이며, 그의 화면은 무기적인 평면이 아니라 숨 쉬는 자료, 유기적인 표면이다.


정상화의 작품은 구겐하임미술관, 후쿠오카 미술관, 동경도 현대 미술관, 구겐하임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리움 미술관 등 국내외 주요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