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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위

 

1991년부터 시작된 <지인(指印)>연작은 2001년에 이르러 장위의 새로운 창조적인 작품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전통적으로는 승낙과 계약을 상징하며 중국문화에서 개인의 존재와 정체성을 대표하던 지인은 급속하게 변화한 현대 중국 사회 속에서 과거의 의미가 퇴색되고, 이전의 중국화의 제작 방식 또한 현대사회에서 갈 곳을 잃게 되었다. 장위는 정신과 육체의 수행의 장으로써 내면 치유의 정수를 찾고자 <지인>연작을 시작하였다.


장위는 붓 대신에 자신의 손을 사용하며 전통적인 붓과 먹에 도전했다. ‘지두화(指頭畵)’와는 달리 작가는 매체를 통해 지문의 원본 형태가 잘 보이도록 먹 대신에 물과 매니큐어를 사용한다. 또한 전통재료인 장지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유리판을 캔버스로 사용하기도 한다. 그가 조합하여 사용하는 각각의 매체들은 전통 중국화의 기본개념을 전복시켰으며, 작품의 구도에 있어서도 관습을 탈피, 화면 속 임의의 지점에서 시작하여 무작위로 구도를 잡아 작품을 완성한다. 표면에 증거를 남기면서 누르는 행위를 끊임없이 반복하는 것은 비디오아트와 별개로 캔버스위에 퍼포먼스를 기록하는 방식이다.


기존의 틀을 뒤엎으며 반항하는 방식은 장위가 자신의 마음 속 예술의 근원을 찾기 위한 원동력이라 할 수 있다. 그가 보기에 인류문명과 시각예술은 맞물려 발전해왔으며, 예술가의 사명은 자신만의 언어를 통해 정신문화가 예술사상의 핵심에 다다르게끔 하는 것이다. 장위에게 있어 <지인>은 개인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문화적 행위이자 중국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대표적인 방식이다문화적으로 중국을 대표하는 상징적 예술방식이 수묵이기에 작가는 전통적인 재료를 선택했다. 동양철학의 일생이, 이생삼, 삼생만물(一生二, 二生三, 三生万物)’의 의미는 장지 위 지문 행위를 통하여 퍼지고, 오롯이 동양의 방식을 통해 중국문화를 새로운 시각 공간에 창조된다.


<지인>은 장위가 자아를 만들어 나가는 창조적인 장소이자 자신과 외부의 관계를 연결하는 매체이다. 장지위에 펼쳐지는 빛과 그림자의 흔적들로 다양한 깊이를 생성하는 그의 작품을 통해 우리는 우주의 광활함, 삶과 시간의 중요성을 응축시킨 동양의 정신을 발견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