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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칭지

 

우리는 웨이칭지의 작업에서 별로 가득 찬 파라마운트 영화사 로고, 스포츠 상표 퓨마 로고, 할리우드 이미지 또는 중국 공산당의 상징인 낫과 쇠망치, 도시의 고층빌딩과 같은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쉽게 만나는 익숙한 요소들을 발견할 수 있다. 또한 동양의 정취를 느낄 수 있으며 중국의 전통문양과 도상들이 어떤 방식으로 현대사회와 융합하는지, 예를 들어 대나무가 새로운 맥락 속에서도 이전과 같이 굳세고 강인하며, 고결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의문을 가지게 한다. 고대의 인간에게 길잡이 역할을 하던 존재인 북두칠성은 현재에도 유효한가?

 

유년시절부터 전통적 미술교육을 받은 웨이칭지에게 수묵은 자유롭게 작품활동을 펼치는 도구이다. 그의 작업은 자신의 경험을 끊임없이 수정하는 과정에 기초한다. 작가는 전통중국화 최고의 경지에 다다른 기법을 구사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동시대의 미술과 동떨어진 전통 속에서 ‘현재’의 것을 탐색하기에는 적절치 않다고 판단, 기존의 표현법을 답습하지는 않는다. 웨이칭지에게 있어 ‘수묵’이라는 전통적 매체는 반드시 변화를 받아들이고 동시대에서 연구 가능한 형태이어야 했다. 전통과 현대의 관계를 열정적으로 탐구하던 작가는 개인적인 기억으로부터 나온 담론과 사회 요소들을 선택하여 작품에 담기 시작했다.

 

임의로 선택되어 보이는 도상과 기호들은 작가의 관심과 일상 속의 사고와 깊은 연관을 보인다. 이 기호들이 우리의 생산물과 현실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그 속에서 우리는 어떤 태도를 보이는지 생각해보자. 새로운 맥락 속으로 옮겨진 기호들은 제 기능을 잃어버리고, 이때 발생한 낯선 광경은 우리에게 또 다른 관점으로 사물을 바라보게 한다. 이러한 기호들의 조합과 운용의 과정은 작가의 사고의 흐름에 따라 태도와 의견을 전달할 수는 있으나, 그는 오로지 목격한 현실만을 단순하게 그려낼 뿐 작품 속에서 어떠한 정답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웨이칭지는 먹과 기호들이 조화를 이루면서, 사회적인 현실을 풍자하고 관객들이 작업을 바라보면서 그들만의 이해와 깨달음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그는 연필, 금박과 같은 비()수묵 재료들을 사용할 뿐만 아니라 먹을 떨어뜨리고 번지게 하는 등 새로운 기법을 시도하며 생소한 수묵의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다.

 

비록 웨이칭지가 비전통적인 재료와 기법을 사용하고 현대로부터 영감을 얻지만, 수묵이라는 매체의 특성을 소홀히 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그 특성을 최대한 낮게 잡는다. “전통은 기억을 연장하는 정신적인 흐름인 동시에 선조들이 실존적 환경을 어떻게 대처했는지를 드러내며, 변화와 개선의 과정에서 휴머니티를 보장하는 것은 계속 확인되어야 한다.”라고 말하는 작가는 전통을 이어가는 흐름 속에서 전통의 현대성이 구현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